14시간 비행을 버티게 해 준 프레미아 42 좌석 체험기
인생에서 가장 긴 비행시간은 10시간이었다. 그것도 딱 한 번. 그 외엔 주로 아시아나 남양주만 여행을 해서 장거리 비행을 할 일이 없었다.
언젠가 내가 미국에 가게 된다 해도 경유해서 가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 난 돈이 없고, 직항기는 이코노미석도 최소 200만 원은 하니까. 그 돈을 아껴서 현지에 가서 맛있는 걸 먹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유형이었다.
그런 내가 장거리 노선에 관심을 끊고 사는 사이에, 새로운 항공사가 나와 같은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으로 나타나 있었다.
에어프레미아
내 뉴욕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져준 에어프레미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탑승기로 뉴욕 여행기를 시작해 본다.
10월 첫 주.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저녁 비행기라서 아침에 캐리어를 끌고 출근했다가 오후 반차를 쓰고 공항에 온 거였는데, 오후에 팀원들에게 "여러분, 전 이제 뉴욕으로 떠나요! 깔깔깔!" 하며 인사하며 나오는 기분이 제법 좋았다. 심지어 내 인사를 들었는지 대표님께서 친히 방에서 나오셔서 배웅도 해주셨다. 황송해서 몸 둘 바 모르겠는 여행 시작이었다.
에어프레미아 카운터로 이동하니, 프리미엄 이코노미 42 탑승객을 위한 전용 창구가 별도로 있었다. 시작부터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빠르게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 터미널로 들어가 라운지에서 2시간 정도 느긋하게 와인과 음식을 먹다가 탑승 시작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다.
아니, 그런데 여기서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42 탑승객을 우선으로 태워준다.
'뭐야, 나 VIP 된 것 같아. 이게 자본의 맛인가.. 달다, 달아.'
숨길 수 없는 기쁨의 광대를 한껏 올린 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탑승구에 들어섰다.
"와, 미쳤네."
책도 낸 작가의 표현력이라기엔 참으로 일차원 적이지만, 에어프레미아 프리미엄 이코노미 42 좌석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딱 저랬다.
KTX 특실 수준의 넓디넓은 좌석 간격(나중에 찾아보니 그보다도 넓은 간격이었다)과 깨끗한 의자와 시설. 자리에 앉자마자 보이는 넓은 디스플레이의 화면.
‘오오오!’ 하는 소리를 연달아 내며 자리에 앉았다.
에어프레미아를 탑승해 보니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동급 대비 가장 넓고 편안한 42인치 간격의 좌석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압도적인 여유로움. 내 체구가 평균적인 대한민국 여성 수준인데, 좌우로 여유로운 공간이 있었고 다리를 쭉 뻗어도 앞에 닿지 않는 넓은 공간이 정말 내내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글에 다 올리지 못했지만, 신나서 동영상도 꽤 찍었다. (아마 이건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 같다.)
그래, 나도 안다. 비즈니스석이 더 좋겠지.
하지만 우리가 비즈니스석이 좋은 걸 몰라서 안 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돈, 그놈의 돈이 문제다.
비즈니스 외의 좌석을 타본 적이 없다던 친구 한 명이 문득 떠오른다. 그 친구와는 영원히 친하게 지내야지.
비즈니스석이 이코노미석보다 30~50% 정도만 비싼 가격이라면 '장거리 여행에서 한 번쯤은..!'이라며 선택할 것 같은데, 대부분의 국적기 비즈니스는 이코노미의 2~3배 가격이다. 마일리지 업그레이드가 아니고서야 감히 내 돈 내고 선택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 프리미엄 이코노미 42는 일반 대형 항공사 이코노미보다 무려 10인치가량 앞뒤 공간을 더 가지고 있어 훌륭한 비즈니스석의 대안이 되었다. 실제로 탑승해 보니, 여자 체격은 말할 것도 없고 체격이 큰 남성 승객도 편히 누워서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대형 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느낌이 들게 하는 에어프레미아의 마음 씀씀이가 비행 중에도 계속 느껴졌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에게 제공되는 어매니티 키트는 패키지부터 친환경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장거리 비행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수시로 필요한 오일 미스트, 핸드크림, 립밤이 들어있어서 여행이 끝난 지금도 건조한 사무실에서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장거리 비행에서 넓고 편안한 자리 다음으로 중요한 건 역시 기내식. 아무리 그래도 대형 항공사보다 기내식 수준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큰 기대 없이 받아 든 기내식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했다.
재료가 듬뿍 든 맛있는 비빔밥부터, 야들야들한 닭다리살 요리까지. 두 번의 기내식을 모두 남김없이 비웠다. 양이 푸짐해서 빵은 미처 먹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에게는 와인 2종이 무료로 제공되는데, 나는 고기반찬이다 보니 두 번 다 칠레 레드와인을 선택했다. 비행기 위에서 마시는 와인만큼 달게 느껴지는 게 있을까. 예전에 알쓰였을 때 비행기를 탔다면 아주 억울할 뻔했다.
14시간 비행에 기내식 두 번이라 부족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했었다. 막상 밤 비행기를 타보니 처음 기내식을 먹은 이후 8시간가량은 계속 자게 되니, 딱 적당한 식사 간격과 양이었다.
내가 탑승한 인천-뉴욕 노선은 꿈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보잉 787-9가 운항 중이었다. 신형 비행기라고 하던데 내부가 정말 깨끗하고 쾌적했다. 14시간의 비행시간 중 10시간 정도는 푹 자면서 갔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신형 기체의 줄어든 소음 덕분이라 생각한다. 평상 시엔 비행기 소음 때문에 귀마개를 지참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선 챙기지 못했음에도 숙면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부 온도도 딱 적당해서 담요를 새벽에만 잠깐 덮고 그 외에는 긴팔에 긴바지 차림으로도 충분히 쾌적한 상태로 잠들 수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자동 밝기 조절 창문이었다. 창문 덮개가 없고 총 5개의 단계로 조절 가능한 버튼 밝기 조절 창문이라니.
"네, 손님. 필요하신 게 있으신가요?"
"죄송한데, 창문 밝기 조절하는 법을 모르겠어서요."
"네. 창문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되는데, 밝게 하고 싶으면 위쪽으로, 어둡게 하고 싶으면 아래쪽으로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그 방법으로 해봤는데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서요."
"아, 바로 바뀌지 않고 몇 초 정도 기다려주셔야 해요."
아앗..!
역시 성질 급한 한국인은 여기서도 제 버릇을 남 주지 못했다. 버튼을 누르고 바로 확! 확! 바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버튼을 누르고 몇 초 정도 기다리면 천천히 밝기가 조절되었다.
머쓱함에 "아아, 죄송해요. 제가 성질이 급해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리니 밝게 웃으며 승무원이 자리로 돌아가셨다.
원래 비행기에서 푹 잘 자는 편이라 꿀잠을 자다 안내방송이 나와서 눈을 떠보니 착륙 30분 전. 그 쯤부터 기내가 환해지며 사람들이 천천히 뉴어크 공항에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뉴어크 공항(EWR)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JFK공항과 달리 맨해튼, 뉴저지와 더 가까운 공항이다. JFK보다 공항 혼잡도가 낮아서 짐을 찾는데도, 입국 수속을 하는데도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난 비행기에서 내린 후 한 시간 만에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불친절하고 입국 심사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공항을 나오자 날 기다리고 있던 에리카를 만났다.
"꺄아!! 쟈기!!!"
뉴욕에서 여자에게 자기라고 불리는 이 기분. 바로 어제도 만난 사이인데, 뉴욕에서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에리카! 나 무사히 도착했어!"
하루 만의 상봉임에도 서로 부둥켜안고 반가워하며, 택시를 탔다.
"팀장님은 진짜 일찍 나왔네요. 전 오전에 JFK공항에서 입국 심사줄이 너무 길어서 2시간 걸렸어요. 심지어 다들 너무 불친절하고 캐리어는 던져져 있어서 바퀴도 하나 깨졌어요."
"헉, 진짜? 캐리어 바퀴가? 컴플레인은 했어요?"
"아뇨. 여기 애들 그런 거 요청하면 잘 받아주지도 않고 엄청 오래 걸려서 빨리 호텔 가서 쉬려고 그냥 나왔어요."
에리카의 말을 들으니 뉴어크 공항으로 온 게 다행이구나 싶었다.
편안하고 세심한 비행 덕분에 안전하게 뉴욕에 도착했다.
내 인생 첫 뉴욕.
내일부터 시작될 지옥의 극기훈련, 아니 아니, 에리카의 강도 높은 여행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얼른 숙소로 이동해서 잠을 청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모든 고객 접점에서 새로운 고민을 통해 항공 여행의 변화를 이끄는 신규 국내 항공사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장점들만 더해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HSC) 항공사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직접 탑승해 보니 과연 그렇다.
대형 국적기를 탔을 때의 서비스 수준을 느끼면서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꼭 고려해 보면 좋을 항공사라고 느꼈다. 비즈니스석의 편안함과 이코노미석의 경제성을 모두 취하고 싶다면 에어프레미아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보니 에어프레미아 찬양글이 따로 없다.
하지만, 내 글을 그동안 읽어온 독자들은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솔직한 성격인지.
정말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비행과 서비스였다. 앞으로도 해외여행 시 몇 십만 원 정도의 차이라면 무조건 에어프레미아를 선택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뉴욕, LA, 프랑크푸르트, 방콕, 도쿄, 하와이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분들께 꼭! 꼭!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에어프레미아 홈페이지 (링크)
*[에리카 나랑 브런치 먹으러 뉴욕갈래] 화, 금 연재
*에어프레미아로부터 왕복 항공편 지원만 받았으며, 그 외 어떠한 여행 경비도 지원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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