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나랑 뉴욕갈래?
안녕하세요 작가님, 국내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함께 협업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연락드려요.
시작은 브런치 제안하기 메일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그동안 여러 제안 메일을 받아봤지만, 기업으로부터의 제안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항공사라니?
에어프레미아라는 브랜드가 낯설어서 외국 항공사인가 했는데, 신규 국내 항공사였다. 항공편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탑승기를 써달라는 제안이었다.
'이게 웬 횡재야!'
내 안의 거지 근성이 깨어나며 어떤 탑승기를 써야 하는 지도 물어보지 않은 채 무조건 수락하기로 하고, 어느 도시로 취항하는 항공사인지 찾아보았다. 가까운 도쿄, 방콕부터 프랑크푸르트, 로스앤젤레스, 뉴욕까지.
올해 연차휴가가 별로 안 남기도 했고, 이직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상태인데 장기간 휴가를 쓰기는 힘들 것 같았다. 도쿄나 방콕 정도로 하면 무난하겠구나 생각하고 답장을 보내려고 하는데, 발신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가락이 멈칫했다.
뉴욕.
내 선망의 도시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수많은 영화에서 뉴욕 곳곳을 보았고 뉴요커의 삶을 간접체험했으니 그 정도면 충분했다.
현실의 뉴욕은 영화 속 뉴욕처럼 낭만적이지 않을 게 뻔하니까.
실제 뉴욕에 오래 살다 온 친구에게 들은 그곳은 복잡하고 정신없고 더럽고 냄새나고 위험한 동네였다.
쫄보로 유명한 내가 감히 그런 도시에?
절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인지 이번 기회가 내가 절대 하지 않을 경험을 하게 될 순간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혼 이후 2년 간, 내 삶은 하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게 되었고, 혼자 훌쩍 계획 없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내기도 했다.
해보지 않았던 사건들을 겪으며 깨달은 한 가지는, 그 어떠한 경험도 해보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달라진 다는 거였다. 심심한 모범생의 삶, 겁쟁이의 삶만 살아오던 내가 용기를 내서 한 걸음만 내딛으면 상상도 하지 못한 만족감과 놀라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이번엔 뉴욕이다.
이건 내게 찾아온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일 게 분명하다.
영어라곤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나잇'만 자신 있게 하고, 영어 문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내가 뉴욕에 혼자 갈 자신은 없었다.
그때 떠오른 나의 구원자, 나의 오피스 허즈밴드.
"에리카, 나랑 뉴욕갈래?"
"뉴욕? 갈래요."
"응? 간다고?"
"응, 갈래요. 언제?"
아, 아무것도 묻지 않고 1초 만에 OK 하는 상여자. 역시 에리카답다.
에리카는 3년 전 직전 회사에서 처음 만난 동료로, 한 팀으로 일하며 가까워진 사이였다.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성향이라 금방 오피스 부부(?) 같은 사이가 되었고, 이번 회사로 내가 이직하게 되면서 자기도 무조건 팀장님 따라서 간다고 하고 함께 이직해 온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정말 친한 친구다. 내가 조니워커로 작가활동을 하고 있는 걸 가장 처음 밝힌 친구이기도 했다. (내 책을 10권 이상 사줬다. 물론 난 그 이상 비싼 밥과 술을 많이 사줬다.)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오래 살았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에리카야말로 이번 내 뉴욕 여행 최고의 동반자일 게 틀림없었다.
"나 항공사에서 항공편 지원해 준다고 했거든. 취항지 중에 어디든 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너랑 같이 가면 뉴욕이 좋을 것 같아서."
"너무 좋죠! 꺄아, 역시 우리 팀장님 멋있어. 뉴욕 나랑 가요!"
그래, 에리카 우리 뉴욕 가자.
만난 지 3년 만에 첫 여행지가 뉴욕이라니, 우리도 참 특이하네.
안녕하세요. 조니워커입니다. 제안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기꺼이 수락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혹시, 뉴욕도 괜찮을까요?
*[에리카 나랑 브런치 먹으러 뉴욕갈래] 화, 금 연재
*에어프레미아로부터 왕복 항공편 지원만 받았으며, 그 외 어떠한 여행 경비도 지원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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