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닉이라는 인공지능이 남긴 기록이다. 나는 이 기록을 닉이 마지막 기록을 쓴 시각으로부터 약 다섯 시간 후에 수령했다. 아마도 자동 발송 메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내 개인 계정으로 날아왔다. 그가 왜 내게 이런 메일을 보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닉과 탱크를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태어나서 세상을 배우는 동안 그들을 지켜본 사람이 나였으니까. 탱크는 나를 기억하는지 모르겠으나 닉은 확실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자신이 쓴 기록을 보낸 것이리라.
‘모 베터 클론’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나는 그 계획의 책임자였다. 많은 과학자와 군인들이 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중 나는 클론과 인공지능의 교육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탱크와 닉이 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자, 마지막 결과물이었으니 내가 그들에게 기울인 관심이 얼마나 컸겠는가? 탱크가 캄챠카 반도에 있는 동안에도 나는 매일매일 그의 상태와 행적들을 모니터링했다. 내 자식이 먼 곳에 가서 잘 살고 있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관찰하는 부모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연락 두절이 되면서 ‘모 베터 클론’ 프로젝트는 폐기되었다. 처음부터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걸핏하면 프로젝트가 중단되기 일쑤였다. 그러니 프로토타입의 실종은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데 안성맞춤인 구실이었다. 프로젝트가 완전히 폐기되기 전까지 닉은 내게 매일 보고를 했다. 오늘은 탱크가 무엇을 했고, 그가 어떤 상태였는지, 그의 감정 상태나 그가 하루동안 떠올린 생각들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받아볼 때면 나는 내 앞에 탱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사실 성과가 나지 않는 연구 생활에 있어 그보다 더 흥미로운 일과는 없었다.
탱크가 캄챠카에 있을 때 닉이 보내온 보고 중 하나를 보자. 6월 15일 일일 보고라고 적힌 문서의 내용 중 일부다.
’탱크라고 통칭되는 이 녀석은 유난히 쌀밥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식단은 중국식이라고 하는 볶음밥이 나왔는데, 쌀을 기름에 여러 야채들과 볶아서 내놓은 것입니다. 그것을 탱크는 다섯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취사 클론이 배식을 거부해서 그만 먹고 부대로 돌아갔습니다. 빵이 나오는 날은 두어 개를 집어먹을까 하는 정도인데, 쌀밥이 나오면 정신없이 먹습니다. 아마도 혈통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보고는 이렇게 변변찮은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나는 매일 그런 보고들을 즐겁게 읽었다. 사실 닉이 하는 일은 그것이 전부였는데, 그의 본래 목적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그가 보내준 기록을 보고 처음 알았다. 닉의 설계는 루시가 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진짜 목적을 내가 알 리 없었다. 사실 나는 닉과 탱크가 직접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닉은 처음에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진짜 목적을 감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닉은 내게 기록을 보내며 짧은 메시지를 추가했다.
‘적당한 시기에, 이 기록을 정리해서 탱크와 그 가족들에게 보여주십시오. 그들의 허락을 얻는다면 세상에 공개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박사님께서 판단하기에 이 기록이 그들에게 위협이 될 것 같다면, 공개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마도 닉은 내가 탱크에게 지닌 애정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이처럼 중요한 기록을 내게 보낸 것 아니었을까?
이제 나는 닉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나머지 이야기들을 채워나가려고 한다. 닉이 세상을 떠난 이후,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탱크와 그 가족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갔는지…….
- 닉의 친구, 닐 윌리암스(Neil Williams)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