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을 넘기 위해 필요한 로컬 리더십
매주 월요일 아침, 본사팀에서 발송된 Weekly sales update 미팅 요청으로 한 주가 시작된다. 세일즈 예측 그래프는 늘 우상향을 그리고 있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그래프에 표시된 지표를 채우기 위해 발로 뛰고, 슬라이드의 화살표를 말로 바꾸어야 한다. 숫자는 근사하지만 고객을 만나는 일은 근사하지 않다. 치열하다.
내가 거친 세 번의 로컬 지사는 모두 크기가 달랐다. 1,000 명이 넘었던 완성형 조직, 스무 명에서 시작해 이백 명까지 성장했던 중견지사, 그리고 세 명으로 시작해 이제 스무 명을 향하는 작은 팀. 규모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본사는 목표를 제시했고 지사는 실행했다. 이 단순한 문장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업무 매뉴얼이 아니라 태도와 조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리더의 일, 특히 로컬 리더의 결심이었다.
작은 지사는 모든 기능을 갖추기 어렵다. 테크 업계라면 세일즈와 기술팀이 핵심이고 그다음이 자원부서다.
영업팀: 목표는 본사에서 내려오고 KPI는 압박으로 작동한다. 규모가 작을수록 본사와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지만 영어 역량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숨길 수 없는 현실도 있다.
기술팀: 대부분 Pre/Post-sales 지원과 본사 개발팀과의 '통역자" 역할을 맡는다. 일부는 Professional service를 지원하지만 국내 한정이다.
지원부터(마케팅): 초기에는 본사 콘텐츠 번역과 채널 운영이 대부분이다. 로컬 마케팅은 로컬 세일즈 성과에 따라 예산과 권한, 팀 규모가 달라진다.
모든 로컬 지사는 영업 "대리점"으로 시작한다. 국내 고객을 발굴하고 계약을 수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설립 초기에는 본사 의존도가 높고, 이를 극복하고자 본사팀과 소통을 더 자주 할 수밖에 없다.
세일즈 목표는 본사에서 지역, 국가, 팀 순으로 Waterfall처럼 내려온다. 엑셀 시트 셀(cell) 하나를 어떻게 채우냐에 따라 누군가는 웃기도, 울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승진의 타이밍이 된다. 리더로서는 Cell을 채우고 입력하는 것 이외 주석을 다는 일도 많다.
"명절 시즌이 겹쳐서 숫자가 못 미칠 수 있다."
"고객사 임원발표와 겹쳐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그 한 줄을 이해시키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고 사람들을 모은다. 로컬지사에서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아니라 속도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솔직히 '대리점'처럼 일하는 것은 편하다. 본사가 만든 것을 홍보 및 판매하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나면 된다. 그러나 기술팀은 그 편안함 속에서 빠르게 지루해한다. 좋은 엔지니어는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발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리점 역할에서는 문제의 발견이 대게 본사에서 전달받는다. 로컬 엔지니어의 예리한 질문과 기술적 호기심이 Jira ticket으로 변환되며, 그 과정에서 뜨거운 커피가 식어가듯 열의가 차가워진다.
세일즈가 자리 잡으면 지사는 변화의 기회를 맞는다. "한국 지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면 좋을까?"
영업 중심으로만 성장하면 결국 "대리점"이다. 하지만 기술적 성장이 뒷받침되면 달라진다. 로컬에서 테스트하고 본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로컬이 제품을 주도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로컬 랩(lab)을 운영하며 작은 실험들을 돌리고, 본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의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성과가 쌓이면 본사도 로컬을 단순 "대리점"이 아닌 "혁신 파트너"로 바라보게 된다.
로컬 지사가 "혁신 파트너" 단계, "대리점" 이상이 되려면 두 가지 결심이 필요하다.
첫째, 의사결정 권한을 다시 그리는 결심
무엇을 로컬이 결정하고, 무엇을 본사와 합의하는지, 그리고 누가 실행을 책임지는지. RAPID 모델은 역할 모델로 의사 결정권, 합의권, 수행 책임을 명시해 병목을 해소하게끔 한다.
가격, 채널, 프로모션 = 로컬 결정
법무, 컴프라이언스, 브랜드/마케팅 가이드라인 = 본사 합의
실행과 측정 = 로컬 & 스케일업 지원 = 본사
둘째, 탐색을 조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결심
로컬의 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 그치지 않고, 작은 실험을 돌리게 하고, 본사에 데이터를 제시하며 협의하는 습관. 그러다 보면, 우리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것이 회사 전체의 새로운 표준이 된다. 그때 비로소 로컬이 "대리점"이라는 그늘을 벗어나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로컬의 일은 번역이 아니라 변환이다.
번역은 언어를 바꾸지만 변환은 가치를 바꾼다. 숫자를 맥락으로 바꾸고, 요청을 설계로 바꾼다. 로컬의 리더십은 그 변환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다. 로컬지사를 "대리점"으로 남기느냐, 아니면 본사의 미래의 만드는 "파트너"로 만드느냐. 그 선택은 본사에 있지 않다. 로컬 리더, 당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