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대형견은 힙듭니다
새해 첫날 #서귀포 놀러 갔다가 작은 개를 가슴팍에 보듬어 안고 (요즘말로) #즈그들만의세상 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에 속으로 눈물을 쏙 뺐다. ‘와 저건 뭐야!‘ 감탄하며 #동백포레스트 에 점차 다 달았을 때 뒷좌석에 앉아 송아지 눈으로 멀뚱멀뚱 나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집 큰 개가 잠시 짐스러웠기 때문이다. 옆으로는 가족단위의 식구들, 연인들, 우정여행하러 온 청춘들, 그리고 소형견 식구들이 발걸음도 가볍게 유유자적 걷고 있었다. ’저 인파를 어찌 뚫고 가지… …‘
분명 인별그램에서 본 동백포레스트는 #어나더월드 였다. 사진 속에는 겨울에도 찬란하게 피어나는 신비로운 #동백꽃나무 (위로는 푸르르게 펼쳐진 하늘과 땅에는 동백꽃이 떨어지며 자연스레 만들어진 꽃밭 카펫이 함께 할) 뿐이었다. 인별그램의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모델 저리 가라는 포즈와 인물들이 어우러졌다. 평소 꽃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이 유혹에 넘어가, 역시 꽃에는 1도 관심 없는 우리 집 두 남자를 대동하고 집에서 1시간 넘게 달려왔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야속하게도 사람들만 수두룩 빽빽.
좌우간에 사건은 여기서 터졌다. 풍성한 동백나무들이 구석구석 은밀한? 공간을 만들어 주다 보니 마치 #메이즈랜드 에서 미로 안에 갇혀 홀로 있다고 착각한 어느 소형견 식구가 오프리쉬로 개를 풀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보이지 않지만 예민한 후각에 이끌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그 집 개와 우리 집개가 만났을 때 내 입에서 ‘안돼! 다쳐!‘’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이건 다만 모두를 걱정한 말이지 특정 개만 지칭한 것이 아닌데 이날 마주한 그 불편한 소형견주는 #대형견 보호자라면 지겹도록 들어온 그 말; ’아니 왜 입마개를 안 하고 다녀?‘를 연거푸 2-3번 허공에 대고 떠들었다.
‘입마개 했어? 안 했어!’ ‘ 아니 저렇게 큰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입마개를 안 하면 어떻게?’ ‘입마개 안 한 거 맞지?’ 제주에 와서까지 저런 말들을 들어야 하다니… … 그냥 나한테 물어보면 될 것을. 서울에서 하도 당해? 무의식 중에도 뱉을 수 있게 연습한 말들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개는 시각장애인을 돕는 견종입니다
#입마개 착용하는 5대 맹견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목줄을 짧게 잡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가 어디 있겠나. 크기나 견종으로 입마개를 운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크기가 크건 작건 개가 내게 달려들면 그냥 무서운 것이다. 문제는 이 개를 보호자가 잘 잡고 있는지다. 소형견이 보호자의 가슴팍에 안긴 모습이 부러운 것은 거기에 있다. 우리 집 큰 개도 내 가슴팍에 품어 안을 수만 있다면 오늘 같은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부모와도 같은 마음인 것이다. 적어도 우리 집 개에게 갑자기 달려드는 오프리쉬 소형견 보호자가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우리 집 개가 평소 공격성을 보였다면, 누굴 물었다면 맹견이 아니어도 입마개 착용은 했을 것이다).
진정 ‘즈그들만의 세상‘에 빠져 외부와 일절 소통하지 않고 있던 그들에게 당한 것을 포함해 제주에 대략 1년간 살면서 개시비는 3번 정도 있었다. 같은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소형견주에게 까지 저런 취급을 받으니 안 그래도 텃세가 심하다는 여기는, 제주다. 육지사람 행색인데 큰 개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가끔 까칠한 어느 도민분들은 방언 섞어서 아주 호되게 욕하신다. 한 번은 돌담에 쉬 싸는 우리 집 개에게 ‘이개가 똥 싸놨지? 남의 집 앞에다가!’ 하며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던 해녀 할머니에게. 똥은 무조건 풉백 쓰는데 아니라고 말해도 안 들으시는 걸 뒤로하고 왔고. 다른 한 번은 기분 좋게 #올레19코스 김녕 농로 지나다가 별안간. 집 마당 안에서 일하시던 아저씨가 ‘어디 사람 죽이게 생긴 개 데리고 그러고 다녀!!!’ 하는데 순간 욱하는 마음에 ’시각장애인 돕는 개에요‘ 하고 외치니 더 큰 소리로 뭐라 뭐라 방언 쓰셔서 원초적인 두려움? 따위가 일어 서둘러 걸어 나왔던 적이 있다.
사실 제주 로컬 지역은 진짜 한적해서 산책하다가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다. 오름은 주로 새벽에 가서 전세 내다가 내려오니 개시비는 전혀 없었고 겨울철에 볕이 좋아 충동적으로 어딜가나 비수기라 인적이 적은 탓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놀다 온다. 다만 앞서 적은 것처럼 아주 가끔 제주에서도 개시비는 있다. 마냥 행복한 상상만으로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여기도 사람이 살고 진드기 있고(대박 많고) 오프리쉬 한 소형견들 그리고 심지어 들개들 천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자연이 상처받은 마음을 바로 보듬어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집 큰 개를 식구로 대하며 이름 불러주시는 애정 넘치는 분들도 자주 만난다. 이때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결론은: ‘제주에서도 대형견 키우기는 쉽지 않네요.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