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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Aug 16. 2022

Summer Carol

한 여름 듣는 캐럴이 주는 설렘을 느껴본 적 있는가

 주말 동안 해야 할 작업들이 많았다.

내주 진행될 세션 준비부터 주간 브리핑 등 특별할 건 없지만 신경을 더 써야 할 일들이었고, 업무용 노트북의 부팅 이슈로 난 그 어떤 것에도 손댈 수 없었다.


 초조함도 잠시, 해당 이슈를 IT부서로 보고하고 대응을 기다렸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걱정과 불안을 잠재우려 애썼다. 가장 좋은 건 클래식을 듣는 것. KBS Classic FM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오면 그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잠시 후 늘어지는 기분이 들 때 어김없이 Kenny G의 The Classic Christmas Album을 찾는다. 내가 원했던 안정감과 따뜻한 설렘이 한여름 주말 오후를 채운다.


2015년 그리고 2017년 두 아이가 태어난 후 얼마가 지나 낮잠을 재워야 할 때 난 늘 이 앨범을 1번 곡부터 틀어두었다. 고맙게도 두 아이 모두 색소폰으로 듣는 캐럴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대게는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 당황하게 되면 난 어김없이 재즈 캐럴을 찾는다. 특정 멜로디에 설렘이 찾아오게 되는 순간, 나를 괴롭히던 많은 것들을 잊고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시간에 몰입한다. 한 여름에 듣는 캐럴이 주는 선물은 예상외로 효과가 크다.


 우리의 걱정과 근심이 특히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 괴로워하는 것의 무용을 깨닫게 되고, 이 모든 일들이 익숙한 선율에 사소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로 다시 한번 놀라며 이내 감사하게 된다.


연휴를 마치고 새벽같이 달려온 IT Support Center는 예상대로 카오스다. 전사적인 이슈이기도 하고 휴가철 제한된 인력에다 손쉽고 빠른 해결이 불가능한 것들이라 이슈 해결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시간이 필요하고 변수를 사전에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고 일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여유를 갖고 기다리라는 말을 하기도 애매하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곳에 이방인처럼 앉아 때를 기다리며 나는 다시 Kenny G를 찾는다. 분주함에서 나름의 시간을 누리며 불안 대신 안정과 설렘을 선택한다. 통제할 수 없는 이슈를 통제 가능한 루틴으로 치환하고 몰입하는 리츄얼로 이윽고 나의 이슈들은 해결되고 다시 일상으로 향한다.


차분해진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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