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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May 28. 2018

#_21 묘해, 지금 이 순간이

문득, 기타를 다시 잡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랑 18세, 김재일군

누군가는 날 여전히 어리다 하겠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을 시절엔 항상 악기와 함께했었다. 피아노를 배웠고, 드럼을 배웠고, 기타를 배웠다. 매주, 교회에서 밴드팀으로 연주하기도 했었고. 항상 음악과 함께였었다. 리프를 카피하기도 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아 기타를 바꾸고, 페달보드를 완성해 나가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었다. 꽤 좋은 악기를 쓰던 시절도 있었다. 알바를 하며 모은 돈으로, 펜더 기타를 사서 연주하곤 했으니까. 아마 악기를 좋아하거나 한때 기타키드였던 사람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거다.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며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참 좋았었는데. 노래를 부르다 울기도 했고, 오랜 연습 끝에 어려운 곡을 연주하게 되었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기타는 나의 어린 시절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는데. 어느샌가 손에서 놓고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참 신기한 건, 바쁘게 일하며 작업실을 꾸미는 그 와중에도 스피커는 좋은 걸 샀다는 거다. 영상 작업을 해야 한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음악을 맛깔나게 듣고 싶은 욕심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쓰는 맥북과 아이맥에는 음향 콘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EQ를 만지고 컴프레서와 리버브를 잘 섞어서, 가끔은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처럼, 또 가끔은 라이브 카페에 와 있는 것처럼 소리를 바꿔보곤 한다. 디자인을 뽑다가도, 영상을 편집하다가도. 잠시 음악에 집중하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면,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느낀다. 


무언가를 새로 얻기 위해, 항상 어떤 것을 내주어야 하곤 했다. 많이 아꼈던 그 펜더 기타도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주어야만 했다. 카메라가 필요했고, 노트북이 필요했고, 생활비가 필요했었으니까.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인데, 그때엔 그것이 최선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타협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가 생긴 지금의 상황을 보면,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문득, 기타를 다시 잡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를 다시 잡는다 생각하니 참 묘하면서도, 반갑고, 왠지 모를 짜릿함이 일어나는 것도 같다. 가방 안에 고이 들어있던 내 기타에게, 새 줄을 걸어주어야겠다. 창고에 넣어두었던 페달보드도 다시 꺼내봐야겠다. 먼 길 돌아서, 다시 그곳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얻기 위해 포기했던 것이라 더 기억에 남는 걸까. 

묘하다. 이 여유가, 이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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