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근묵자흑 그리고 유유상종
1. 떠날 사람은 어쨌든 떠난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떠날 놈은 어쨌든 떠난다. 안 맞는 사람과는 내가 무슨 노력을 하든 틀어지게 돼 있다. 그건 당신의 인품이 부족하거나, 잘 못 맞춰줘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안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영화 속 주인공이, 막으려고 아무리 시도해도 일어나고야 마는 필연적 사건과 같다고나 할까. 가족과 같이 끊어낼 수 없는 관계의 경우엔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멀어지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은 방법이다. 안 맞는 사람과 맞추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것만큼 소모적이고 기운 빠지는 일도 없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나의 가장 편한 모습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하는 게 정신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훨씬 유리하다.
2. 사람을 판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잘 해주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해서 그런지 커피를 사주고, 1. 고맙다고 얘기하는지 다음번에 만났을 때 2. 이번엔 내가 낸다고 하는지를 본다. 정말 쉬운 판별법이다. 조그만 커피 한 잔을 가지고도 상대가 나를 어떤 대상으로 인식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놀랍게도) 커피를 사 줬는데도 잘 마셨다든지 고맙다든지 하는 얘기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에게 받은 것들은 잊고, 나에게 준 것만 기억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커피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무엇이든, 상대방이 나에게 받은 호의를 귀한 것으로 여기는지 아닌지를 보면 답은 나온다. 업무로 만난 관계든, 연인 관계든 마찬가지다. 수업료라 생각하고 만원 이만 원 정도는 투자하자. 괜히 나중에 크게 등쳐먹고 떠날 사람을 옆에 놓고 키우지 말고.
3.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알아본다. 그리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알아서 뭉친다. 사실, 친구는 내가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속한 세상이 내게 골라주는 거다. 경제적 위치로 나뉜 세상의 경계는 당장 넘어가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인격과 깊이로 나뉜 세상의 경계는 노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정의하기 나름일 테지만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2.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3.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4.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 수 있고 5.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며 6.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등, 프랑스가 내놓은 중산층의 기준에 들어맞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멋지지 않은데, 멋진 사람을 옆에 두고 싶어 하는 건 욕심이다.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없다며 한탄하기 전에,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어쨌든, 내 인간관계의 시작은 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