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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Mar 24. 2018

#9_이렇게 조금씩 바뀌는 걸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내가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많이 숨기려 했고, 아닌 척 하려고도 해 봤지만, 정말로 괜찮아지기 시작한 건, 우울증이 결국 내가 뚫어내야만 하는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나서부터였다. 언젠가 했던 말인 것 같지만, 그냥 담담하게 얘기하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왜 그토록 아닌 척 숨기려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몇 번인가의 위기를 잘 이겨냈고, 그래도 난 아직 여기 있다. 욕심도 많고, 생각도 참 많지만, 그 욕심과 속도를나의 상태에 맞게 줄이는게 사실 쉽지 않았고, 그 사이에서 오는 차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담담하게 한 마디 한 마디 적어내려갈 수 있는 것 자체도, 내가 그만큼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실이 아닐까. 


쓰다보니 문체가 바뀌었다. 어쩌면 이렇게 독백처럼 쏟아내는 게 훨씬 쓰기 편한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일은 제주도에, 4월 중순엔 베트남 다낭 일정이 끼어있다. 참 질리도록 다녀온 제주도인데, 괜시리 설레는 것도 같다. 참 신기하다. 작년, 날씨가 부쩍 추워지기 시작했을 때 즈음. 손에 잡히는 모든 일들이 다 망가지는 시간을 보냈던 곳이 제주도인데, 손에 잡는 모든 일들이 이렇게 잘 되어지는 시기가 되어 그곳에 다시 갈 수 있다니.


그동안 잘 버텨준 내게 참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여유를 가지게 될 수 있어 다행이다. 조금씩, 하나씩, 그리고 확실하게. 무언가 잘 진행되는 것들을 보며, 안도감을 느낀다. 어쨌든 아직은 큰 속도를 내기 힘들기야 하지만, 나도, 내가 하는 일도, 괜찮아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쓰는 글들이 누군가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는 응원의 메시지이길. 조금 주제넘는 소망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도해본다.


아, 제주. 방어 철이 다 끝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고등어랑 참돔은 질리도록 먹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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