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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지천 Jun 06. 2024

책을 내고 싶은데, 아는 게 없어요

- 모르는 건 배우면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거하는 지역의 교육 기관에 책 쓰기 수업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중년의 여러분들이 입장을 하십니다. 어떤 동기와 갈증이 있어서 오셨을까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수업을 들으러 오셨죠?


이렇게 질문을 하면 십중팔구 들려오는 대답은,

"책을 한 권 내고 싶어서 왔습니다. 저도 책을 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백 세 시대에 지금부터 책을 내신다면, 5권 아니 10권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모르는 거야 배우면 되죠. 그래서 이렇게 수업에 오신 거 아닌가요"

"그런데, 혹시 주제는 생각해 보셨나요?"


중년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나만의 스토리가 있기에, 다양한 주제를 쏟아냅니다.

사진을 20년 찍어오고 있어요

사회복지사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시를 좋아해서, 내 이름으로 된 시집을 한 권 갖고 싶어요

엄마가 치매에 걸려서, 더 늦기 전에 엄마와의 추억을 책으로 남기고 싶어요


그렇게 1교시가 시작되면 50대, 60대 중년의 눈빛이 초롱합니다.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1교시가 끝날 무렵이면, 자포자기 또는 실망의 눈빛으로 변하는 수강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혹시 수업에 들어오면 책을 낼 수 있는 마술을 가르쳐 준다고 알고 오신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섭니다. 




수업이 어려운가요?


그동안 컴퓨터를 멀리 했던 분이라면, 꽤 힘들어하십니다. 강사가 단축키를 써 가면서 화면을 자유자재로 넘나 드는 것을 보면서, 괜히 위축이 됩니다.

생전 처음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가 보고, 새로 나온 디지털 툴을 따라 하는 것이 어찌 만만하겠습니까?  

"컴퓨터를 빨리 다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집에 가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한 수강생이 용기를 내서, 화답을 해 줍니다.


한 분, 한 분 실습하는 것을 봐 드리면 좋겠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허락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과제로 대체를 합니다.

"선생님, 오늘 수업 내용을 집에서 해 보시라고 과제를 내 드리니, 꼭 해 보시고 다음 시간에 얘기해 주세요"


그리고, 맞이한 2교시.

"제가 내 드린 과제는 한 번 해 보셨나요?"

"...."


예상하지 못한 것 아니지만, 강사가 하는 걸 보니 어렵지 않게 하는 것 같은데 왜 혼자서 하려면 안되지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아서 눈만 꿈벅이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때문이라면 그나마 강사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배경만큼이나 다양한 수준


블로그 글쓰기만 해 오시다가, 수업에 참여하신 분은 대부분 힘들어하십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었거나 국문학과 출신이라든지, 관련 지식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오신 분들은 아무래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어떤 배경을 가졌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뾰족하게 이해하고, 어디서 막히는지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돌아서면 까먹는 기억력이라면, 메모도 열심히 해 가면서 배운 것을 익혀야 합니다.


수업이 막바지로 가면, 처음의 유리한 출발선이 희미해집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 새로 배운 지식을 더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기 때문인데요.


그동안의 수강생을 지켜보면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혹시 시간이 없으신가요?


"네, 선생님. 수업 마치고 집에 가면 할 일이 많아서 복습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제가 요즘 따로 하는 일이 있어서, 이걸 들여다볼 시간이 없네요"


어떤 응원의 말씀을 드릴까 잠깐 고민을 해 보지만, 선뜻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이 되면 정해진 장소에서 글쓰기 연습을 해 보시죠?"

"꼭 매일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2,3번 안되면 1번이라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보세요"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하는데요. 모두에게 주어진 24 시간을 잘 관리해서, 내가 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모르고 있는 게 이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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