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글 발췌 (1)
자신을 사랑해야만 잘 살 수 있는 걸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성숙의 지표를 자기혐오에 둔지 한참 되었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지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맨 얼굴로 집 밖을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듯 저렇듯 마음에 들 리 없음이 확실하니까. 희망이 있으면 망설임도 있지 않나. 허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은 늘 시간을 잡아먹으니까(결과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런 가치관은 부러움의 대상을 시기하고 헐뜯게 만들텐데,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다. 예쁜 사람은 예뻐서 좋고, 멋진 사람은 멋져서 좋다. 귀여운 사람을 보면 눈이 돌아가고. 잘생긴 기준은 잘 모른다. 나와 다른 성별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거울이 온전한 나를 비춤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거울 앞에 서지 않으면 굳는다. 내 모습을 내가 모른다는 불안에 얼굴이 떨리고 입꼬리는 비틀어진다. 거울 앞에 선 채 시선을 맞추면 그제야 긴장이 풀린다. 그러니 나는 늘 굳어 있는 상태로 살아가야만 하고, 어깨는 늘 무겁다.
여성의 몸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뼈말라 라느니 키빼몸이라느니 그런 멍청한 기준 말고. 물리학적으로 태어나기를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의 신체 말이다. 자궁 덕에 톡 튀어나온 아랫배와 손에 말캉하게 잡히는 팔뚝, 허벅지의 탄성, 팔과 다리 안쪽의 부드러운 살결,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인 가슴까지. 나는 신체의 굴곡에 굉장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속옷에 눌려 튀어나온 살 자국부터 둥그렇고 각진 어깨까지. 인체의 아름다움에 빠지면 종일 이 미학에 관해 이야기해도 모자라고 또 모자란다. 갈증의 연속이다.
매혹적이고, 매혹되는 관계와 관계….이 예찬을 깨부순 건 누구였더라. 난 네가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했다. 상대를 하늘로 띄울 자신은 있는데, 나는 두 발이 바닥에 닿아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물 먹은 사회와 뱉을수록 가라앉는 삶, 아름다움의 예찬과 절대 살을 맞대지 않는 비춰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모르면 끝없이 내가 없는 세상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결국 역사랑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의 방법은 있을까. 나는 그냥 괜찮고 남은 늘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