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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Jun 19. 2020

이거 보면 웃게 될 걸요?

하하하, 깔깔깔, 활짝


“엄마, 요즘 왜 안 웃어?”      


몰랐다. 내가 안 웃고 사는지.      


아이에게 아니라고, 엄마 잘 웃는다고. 억지로 웃어 보이려 하자 입가와 미간 근육이 파르르 떨린다. 진짜네. 한참을 안 웃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깔깔깔, 활짝, 빵 터지게 웃어본 적이 없다. 매일 개콘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집과 마트 정도만 오가는 내게 무슨 그리 웃긴 일이 있을까? 아는 사람을 만나면 호의적으로 보이기 위해 지었던 예의 차림 웃음도 이젠 마스크에 가려 하지 않아도 되니 좀처럼 웃을 일이 없다.      


무표정. 이게 나의 얼굴이었나 보다. 아이들은 가끔 내 얼굴을 보고 “엄마 화났어? 엄마, 기분 안 좋아?” 하며 눈치를 살핀다. 살짝 피곤하긴 해도 화가 났다거나 기분이 안 좋을 정도까진 아닌데. 아이에게 재차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 얼굴을 들여다본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김훈 작가는 ‘얼굴’이라는 한국어 글자 두 개를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ㅓ모음과 ㅜ모음이 이어지면서 입안이 둥글어지고, 그 속을 ㄹ 받침 두 개가 굴러가면서 아름다운 울림을 울린다고. 사람의 입안이 악기로 변하면서 이 울림은 많은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고.      


나도 따라서 얼. 굴.이라고 입을 벌려 말해본다. 말하고 보니 아는 얼굴 몇몇이 떠오른다.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 아빠, 친구들... 눈코 입 모양새가 아닌 표정부터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 내 얼굴을 떠올렸을 때, 화난듯한 무표정이면 어쩌지 싶어 걱정이 됐다. 예쁜 얼굴까진 아니어도  웃고 있는 밝은 얼굴로 연상되는 게 낫겠지 싶어 얼른 의식적으로나마 미소를 지어보았다.      


아이들은 엄마의 표정을 닮는다 했지. 그간 내 표정을 보고 아이들도 닮았을까 급히 아이들 얼굴을 살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연신 함박웃음이다. 갑갑한 집안에서 뭐 그리 웃을 일이 있을까?라고 했던 내 말이 무색하게 온종일 ‘깔깔’ ‘호호’ ‘하하’ 다. 남매간에 얼굴만 봐도 웃긴다며 배를 부여잡고 웃어댄다.     


어떤 때는 발랑 뒤집힌 무당벌레처럼 드러눕고 웃기도 한다. 저게 그렇게 까지 웃길 일인 가 싶어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웃음을 좀 키워볼까? 싶어 '하하하' 소리내 웃었다.      


큰소리로 웃는 나를 보고 아이들이 달려와 안긴다.      


“엄마, 뭐 좋은 일 있어?”

“응, 있지."

"뭔데?"

"너희들이 내겐 좋은 일이지”      


웃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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