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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May 30. 2024

애매한 재능에 대하여

어느 분야든 오래 몸담고 있으면 초보자들 가운데서 재능이라는 싹을 발견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능이란 잔잔한 바다 위를  점프하는 돌고래처럼, 활기차고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본능일지 언정, 지켜보는 우리는 탄성을 자아낸다. 


요즘 이처럼 아름답고 눈부신 재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내게도 작사에 대한 재능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보고 있을 것이다. '음, 이 학생 감각이 괜찮군.' '저 학생은 소질이 없는 것 같은데.' 물론 입 밖으로 내진 않겠지만 분명 점치고 있을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재능은 어느 정도일까? 초보자는 그 정도를 가늠할 수가 없다. 작사 입문 4개월 차. 지금쯤 두각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못한 걸 보니 재능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이르고 있다. 


평생 글 쓰는 일로 밥을 먹고 살았고, 문장을 수집하거나, 문장을 짓는 일이 꽤나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은근히 나에게도 40년간 숨어있던 작사 재능이 있는 거 아닐까?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 화장 창창 깨졌다. 


작사는 문장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음표 속에 최대한 새롭고 신선한 문장을 조합하고, 또 그것이 스토리가 되게 연결해야 된다. 거기에 리듬감까지 더해야 한다. 하나도 갖기 힘든데, 이걸 다 하라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갑자기 수강생들의 평균 데뷔 기간이 궁금해졌다. 평균이란 재능의 유무보다는 노력만으로도 가능한 수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게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하면 될 거라는 보증 기간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싶었다.  


"선생님, 수강생들의 평균 데뷔 기간이 어떤가요?"

"평균을 낼 수 없어요. 천차만별이에요. 빨리 되면 10개월에도 되고, 4년을 계속 도전하는 분도 계세요."

"헉, 4년 식이나요."

"네. 그런데 잘 한다고 빨리 데뷔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합니다." 


핫. 참 막막한 말이다. 재능에 이제 운까지 더해야 한단 말인가. 


살면서 애매한 재능을 많이 봐왔다. 내겐 글쓰기가 그랬다. 애매한 재능으로 어찌어찌 밥을 먹고 살았다. 진짜 재능이었다면  지금쯤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가 되어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해야할까? 작사도 애매하게 할거면 일찌감치 접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다 불현듯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떠올랐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처음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계단식 성장을 이루는 친구들이 있다. 솔직히 가르치는 입장에선 재능을 가진 아이들보다 훨씬 더 짜릿하고 보람된다. 이 친구들의 특징은 성실하고 꾸준히 노력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반은 눈에 띄지 않지만 뒷심을 제대로 발휘한다. 어떤 천재는 초반에 눈에 띄지만 뒷심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지금은 나도 내가 재능이 있니 없니를 따지기보다 부지런히 노력을 해야 하는 시기인 건 아닐까? 어차피 지디나 지코, 전소연, 김이나, 서지음 같은 천재성은 없는 게 확실하고, 애매하게라도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보려면 열심히 해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터 재능 운운하며 너무 날로 먹으려 했나? 싶어 좀 부끄러워졌다. 


그래, 이제 와 내뺄 순 없다. 처음 학원을 등록할 때 다짐한 게 있다. 실은 나만의 데드라인을 정해 두었다. 그 데드라인까지 해보고 안 되면, 뒤도 안 보고 그만두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혹여 안 되더라도 미련이 안 생기게 정말 최선을 다해보자. 


모든 애매한 재능의 꿈 지망생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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