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G Apr 17. 2024

너도 나도 'super'를 외치는 세상

작사를 하고 나면 우리 집 십 대 아이들에게 컨펌을 받는다. 여느 기획사의 피드백보다 떨리는 순간이다. 그런데 딸아이가 툭 하고 내뱉는 말.


"구려"

"진짜?"

"요즘 누가 이런 표현을 써. 엄마, 요즘 대세는 슈퍼야 슈퍼"

"슈퍼?"

"슈퍼 이끌림, 슈퍼 레이디, 슈퍼 샤이, 슈퍼 리얼... 이런 거 좀 써줘야 있어 보이지"


치칫! 반박하려고 했는데 요즘 노래를 떠올려 보고 괜히 수긍이 되어 버렸다.


최근 핫하게 데뷔한 아일릿의 신곡 '마그네틱'의 가사에는 그냥 이끌리는 게 아니라 슈퍼 이끌림으로 사랑이 진행된다. 또 여자아이들의 히트곡 '슈퍼 레이디'도 그냥 숙녀가 아니라 슈퍼 레이디가 주인공이다. 슈퍼 샤이, 슈퍼 리얼 등등... 딸아이 말처럼 MZ 에겐 슈퍼가 대세긴 한가보다.


출처: 아일릿 앨범

라떼는 (나 때는) super라고 하면 슈퍼맨 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요즘 애들은 슈퍼맨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괜히 샐쭉해져있으니 딸이 슈퍼 우울해 보인다나 어쩐다나.


대중음악의 가사는 대중들의 심리와 문화를 반영한다. 작사 학원의 선생님들도 작사는 현시대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하셨다. 불과 몇 년 전의 가사와 비교해 봐도 시대의 흐름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작사에서 자주 쓰이던 '행성' '광야' '외계인' 같은 말들은 이제 식상하고 촌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떠오르는 대세 '슈퍼' 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슈퍼는 한국말로 최고의, 굉장한이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사랑도 살짝 설레선 안되고 슈퍼 이끌림이 있어야 하고 요조숙녀보단 슈퍼 숙녀가 더 각광받는 시대인 것이다.


좀 더 강하고, 좀 더 크고, 좀 더 대단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현대인들의 강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왠지 씁쓸했다. 도파민폭발 시대라 엔간한 자극으론 반응이 안 와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요즘은 웬만큼 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와 음식이 대표적인데, 최근 들어 우리 동네에도 대형카페가 몇 개나 생겼는지 모른다. 외곽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땅값 비싸다는 서울 시내에서도 규모에 압도당할만한 대형카페가 상당히 많다.


또, 음식도 푸짐하고 양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편의점에서도 점보라면, 슈퍼라지 과자들이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더욱 큰 것, 더욱 강렬한 것을 찾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무엇이 우리를 super, super를 흥얼거리게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난 여전히 작고 소소한 것이 좋다. 나는 과연 작사가가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