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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Mar 20. 2024

토요일 아침 8시의 드라이브

작사 학원을 선택할 때 비용 다음으로 거리가 가장 걸렸다. 일산부터 강남까지 왕복 세 시간. 나의 달콤한 주말과 맞바꾸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말 오전을 기꺼이 바치기로 결심했다. 8시에는 집을 나서야 지각에서 여유로울 수 있다. 다음 날 일어날 생각에 잠을 설치는데 남편이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아냐 아냐, 그냥 혼자 가면 돼. 자긴 집에서 쉬어" 

 

평일 새벽 6시에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주말은 좀 쉬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간절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주말에 띵까띵까 유튜브에 코 박고 있는 애들 보는 게 더 힘들어" 


곧바로 수긍해다. 


학원 가는 날. 늦잠을 잘까 봐 잠을 설쳤다. 아침에 퀭한 눈으로 일어났는데 남편이 진짜 바래다줄 심산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한 아침을 준비해 두고 토요 꿀잠 중인 아이들 몰래 살곰살곰 현관문을 나섰다.  데려다주는 남편이 고마워 스벅에서 모닝커피를 쐈다.  경기도를 지나 서울을 진입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한강의 광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더 놀라운 건 차가 안 막힌다는 것이다. 주말 아침, 스벅 커피 두 잔과 꿈꾸는 부부를 태운 차가 도로 위를 미끄러져 쌩쌩 달리고 있다. 내 작사가의 인생도 이렇게 막히지 않고 달릴 수 있기를. 


새로운 도전은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내가 시도하지 않았으면 평생 보지 못했을 풍경. 그 풍경 위로 우리의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집에선 밥 뭇나? 자자로 끝나기 십상인데  애들 얘기, 회사 얘기, 연예인 얘기, 정치 얘기... 우리의 대화가 끊임없이 차 안을 꽉 메운다. 


이렇게 단둘이 드라이브를 하니 소싯적 연애하던 때가 생각났다. 어젯밤 꿈에 내가 자기랑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살더라고 말할 뻔했다. 아, 세월이여.  


남편이 앞으로도 매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더니 그래야 내가 잘 되면 자기 몫이 생길 것 같단다. ㅋ 나에 대한 기대감일까? 은근한 압력일까?  


한강의 윤슬을 바라보며 나는 달리고 있다. 가족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잘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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