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반은 한 달에 한 번 과제가 나온다. 진짜 작사가처럼 가이드 곡에 글을 붙여오는 것인데 과제가 이렇게 재밌을 일? 가이드를 받으니 진짜 작사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 까진. 나에겐 정말 그럴싸한 글이 있었다. 가이드를 확인하기 전까진.
가이드를 듣는 순간, 이거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이드에 나오는 음을 따서 글자 수를 따야 하는데 글자 수를 도저히 셀 수가 없었다. 모든 음이 피아노 바이엘 연주처럼. '띵''띵''띵' 하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가이드에 녹음된 소리는 '츠랄 라라라라 후~우우우 샤아 예~ 슈우야!@##'였다.
후우~ 같은 호흡소리를 글자 수로 계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구분도 안 되는 데다, 글자 수에 글을 입히려니 내가 쓰고 싶은 문장과 글자 수가 맞지 않았다. 자꾸 손에 땀이 났다.
참고로 작사를 할 때 가장 첫 번째로 하는 일은 가이드에 녹음된 영어 비스름한 노래에 글자 수를 세는 것이다. 000 00 00000 <-이런 식으로 글자 수를 센 다음, 그 글자 수에 맞는 문장과 단어를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론으로 들었을 땐, '이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거였다. 결국에 딸아이를 옆에 앉혀두고 들리는 데로 받아쓰기를 했다. '슈라라랄 후~ 우우 우우' 이렇게 말이다. 들리는 그대로 적은 후에 숫자를 셌다. 그런데 그 과정이 배꼽 빠지게 웃겼다.
"이 부분이 수하우아우후 지?"
"아니야 수하하우아하아~ 같은데?"
우린 마치 외계어를 분석하는 과학자 같았다. 이후에도 꽤 긴 시간, 글자수를 세고, 거기에 맞는 문장들을 꿰어갔다. 내가 쓰는 문장, 단어, 조사 하나하나까지 예민하고 세심하게 바라보았다. 글자 수에 맞춰 글을 다듬다 보니 당연하던 우리의 말과 소리가 새삼 놀랍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작사가는 훌륭한 뜨개 장인이어야 한다. 단어를 한 코 한 코 꿰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나의 첫 시작은 코를 잘 못 꿰어 얼키설키 엉성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언젠간 나도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이야기 한 벌은 거뜬하게 꿰고 싶다.
#당분간은글자수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