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까뻔쩍 mnet 시상식, 올해의 작사상 후보에 오른 나.
두구두구한 반주 후에 불린 이름은.
'** 작사가!'
부연 설명으로 멘트가 이어진다.
'BTS, 르세라핌, 블랙핑크, 오마이걸, K 팝의 작사를 도맡고 있는 작사가인데요.'
결혼식 이후 처음 입어보는 드레스를 입고 부끄러운 듯 수줍게 무대 위에 오른다. 작사가 하면 다들 이런 걸 먼저 떠올리지 않나요? (상상 속에서나마 잠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니 내가 K 팝을 책임질 수 있을까 싶다. 요즘 가사들은 무뜬금에 직설적이고 말장난에 가까운 것이 많다. 그리고 영어. 휴우... 영어 하면 하와유, 아임 파인, 앤쥬? 밖엔 안 떠오르는 사람인데. 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바로 트로트였다.
♪♬ 쿵짝쿵짝 쿵짜작 쿵짝 네 박자 속에 이별도 있고, 사랑도 있고, 눈물도 있네~
캬아, 뼈를 때린다 때려. 누가 지은 가사인진 몰라도.(찾아보니 김동찬 님) 트로트 속에는 우리네 이별도 있고 사랑도 있고 눈물도 있다. 내가 쓰고 싶은 모든 것이 트로트 안에 다 있다. 이거 하나만 빼고.
간지.
아들딸이 기대하는 엄마의 꿈도 트로트 작사가는 아니다. 남을 위해 꾸는 꿈은 아니라지만, 나 역시도 트로트가 낯설긴 하다. '트로트 가사는 할 수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고 거만한 생각 일진 모른다. 하지만 영어 일자 무식자에겐 그래도 한국말이 좀 낫지 않을까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트로트의 황제는 누구인가? 뭐가 됐든 유명 가수의 작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어떤 가수의 작사를 하고 싶습니까?"라고 학원 선생님이 물었다. 당당히 "임영웅 님의 노래를 작사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쳤다.
선생님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트로트 작사가 가장 어렵고 되기도 힘듭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이유인즉 트로트는 워낙 기존 원로 작사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작업 인연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쉽사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 수준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좁은 구멍을 뚫고 히트만 된다면 노후 준비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곡일수록 좋다고 했다. 하긴, 나도 노래방 가서 분위기 띄울 땐 트로트를 부른다. 게다가 요즘 트롯 열풍에 우리 큰손 할미들이 앞장서서 차트를 점령해 주시니,
간지가 없다는 건 일자 무식자의 헛소리였습니다. 취소 취소
간지 좔좔 트로트! 꼭 해보고 싶습니다!!!
숟가락 장단에 꼭 맞는 인생이 담긴 가사
힘들 때 읊조리며 슬며시 눈물을 훔칠 수 있는 가사
울 엄마 아빠도 따라 부르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가사
꼭 써 보고 싶습니다.
임영웅 님 연락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