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좀 지나서였을까? 예상보다 일찍 대기 순번이 찾아왔다. 기쁨도 잠시, 원비를 보자 살짜쿵 망설여졌다. 한 달에 몇십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딸애가 수학 학원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옮겼는데 기존 원비보다 비쌌다. 게다가 중학생 아들의 방학 특강비도 추가된 상황. 영어 학원의 원비 인상 문자도 받은 상태다. 대치동도 아니고, 학원 뺑뺑이도 아닌데 학원비로 기둥뿌리가 뽑히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 학원비로 매달 수십만 원씩 지불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 돈이면 애들 학원 하나씩 더 다닐 수 있을 텐데... 이 나이에 꿈은 무슨, 작사가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돈 앞에서 사람은 약해진다. 꿈도 약해진다.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모든 투자는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돌아가는 판을 보아하니 매번 학원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아이들 보다 열정으로 가득한 내가 더 투자가치가 있어 보인다. 나를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100세 시대, 뭔갈 시작하기에 아직 늦은 나이는 아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입금 완료'
입금이 확인됐다는 문자와 함께 상세한 입회 내용을 받으니 제대로 실감이 났다. 그냥 말로만 끝난 게 아니라 도전을 했다는 자체에 부르르 흥분이 일었다. 이제 아이들 미래보다 내 미래가 더 기대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의 미래가 대학과 취업이라면 늙은이의 미래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아이들에게 작사 학원 등록 소식을 알렸다.
"우와 엄마 엄마, 이제 아이브랑 르세라핌 작사하는 거야?"
"응?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 나 장원영 사인 꼭 받아줘."
"그래그래"
그런데 달뜬 표정의 딸이 갑자기 떠오른 듯 묻는다.
"그런데 엄마, 영어 잘해?"
"왜?"
"어떡해? 요즘 노래는 다 영어 가산데... Unforgiven I'm a villain I'm a Unforgiven 난 그 길을 걸어"
"헠..."
"절반 이상이 영어 가사야 엄마."
앗! 그걸 생각 못했구나, 이제 영어 학원도 다녀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