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반 3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한 번, 총 12번의 수업이 끝났다. 초급반은 이론 위주의 수업인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과 작업 매너를 익혔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적이 없거나,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게 유용한 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사 학원의 시스템은 대부분 초급반 3개월, 중급반 3개월, 실전반 +@ 데뷔까지로 이뤄져 있다. 처음에 작사 학원을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초급, 중급의 트레이닝 기간 때문이었다. 실전반이 되기 전까진 기획사의 데모곡을 받을 수 없다. 초 중급 6개월의 기회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학원을 다니다 보니 어느 정도의 숙련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데모곡에 작사를 해보니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글자 수도, 작사의 개념도 알지 못하는 수강생에게 무턱대고 기회를 주기엔 학원 입장에서도 좋은 전략이 아닐 것이다.
실전반에 가더라도 모든 수강생들의 글을 기획사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원 자체에서 선별해서 보낸다. 이 점에 대해 불만인 수강생도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프로와 경쟁을 해야 하지 않은가.
프로와 경쟁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할 텐데, 사실 6개월도 경쟁력을 기르기에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더군다나 대외적인 글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작사 학원에선 스킬을 가르치지 글 쓰는 법을 가르치진 않는다. 요즘 노래 가사, 내가 발로 써도 저것보단 잘 쓰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접근하려고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르세라핌의 easy처럼 작사가들이 하니까 쉬워 보이는 거지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짧은 곡안에 촘촘한 계산과 계획된 표현이 들어가 있다. 나도 곡을 해체해서 뜯어보기 전엔 몰랐다.
작사 학원을 등록할까 말까 고민인 분들은 현재 음원차트 1위부터 100위권 안에 노래 가사를 자세히 보라고 하고 싶다. 나는 발라드를 쓰고 싶은데? 나는 트로트를 쓰고 싶은데? 이건 환상이고. 실제 우리가 써내야 할 글은 그저 누군가의 의뢰곡이다.
작사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기획사가 원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현실과 꿈의 갭이 점점 커질 것이다. 학원을 등록할까 말까 고민한다면, 나의 글 감수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급 3개월 동안 깨달은 것은, 결국은 글. 결국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꾸준하게 책을 읽고, 단어를 채집하고, 요즘 노래 작사 표현법들을 살펴보고,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글을 어디든 내보이는 것. 이 같은 수련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학원에서 얻어 가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학원 등록 후에 이것을 하려고 하면 그만큼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늘어난다는 것,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