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에 둔해지면 참 좋겠다

남아 있는 사람

by 조윤히히히

누군가 떠남에 둔해지면 참 편할텐데 나는 아직 그러지 못하다. 떠난다, 이 단어에 자동반사적으로 코가 찡하다. 단순히 슬프고 쉽게 눈물이 난다.

오늘도 그렇다. 친한 동생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날 밤인 오늘 나는 코가 찡하고 눈물이 난다. 슬플 일도 아니고, 친구는 좋은 기회로 떠남을 택한 건데 주책스럽게 왜 나는 슬픈 가.

내 친동생인 조민희가 떠남을 택했을 때 내 슬픔은 한껏 심각했다. 동생은 회사가 지방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그런 선택을 한 거고 나는 그냥 단순히 슬펐다. 떠난다. 동생이 떠난다. 그 사실이 슬프다. 그게 다였다. 신기하게도 동생이 집을 떠난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울고 불고 싸운 기억이외에는. 어느 날인 그 날, 지하철 안에서 나는 주책맞고 극단적으로 슬퍼했고 동생은 내 약점까지 들추며 나를 포기시켰다. 나는 그날 이후로 그 슬픔을 접은 듯하다. 그 당시 찍은 사진 속에서 미니마우스 인형(동생이 자기 대신이라며 두고 갔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을 들고 아주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정도로 한껏 심각했던 그 슬픔은 잘 접어두었나 보다.


그치만

오늘 밤은 또 한 번의 새로운 떠남을 슬퍼하고 있다.

나는 떠남에 왜 이리도 둔하지 못할까

얼마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친구가 어떤 제안을 받고 지방으로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나는 슬펐다. 그냥 슬펐다. 그 친구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따지지 않고 나는 역시나 그냥 슬퍼하고 말았다. 누군가 떠난다. 아니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떠날지 모른다. 슬프다. 또 다른 친구는 뭘 그렇게 슬퍼하냐며 그 친구에게는 나의 이런 슬픔을 티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친구는(떠날지도 모르겠다던) 떠나지 않기로 정했다고 다시 소식을 전했다. 나는 기뻤다. 떠난다니 슬프고 안 떠난다니 기쁘다. 단순하게 그랬다.

한 번도 떠나는 사람이 되어보지 못해 이러는 걸까

나는 왜 이리도 떠남에 쿨 하지 못한 것인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내 곁에 영영 붙들어두지 못하는 건 뻔한 일이고, 그들이 떠난다 해도 마냥 슬플 일이 아니다. 박수쳐주고 웃으며 보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역시 떠남에 둔해져야겠다. 그래야 내가 편하겠다.







혼자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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