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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CP May 16. 2024

스P살(19) 스토리PD 일의 재미

2024년 5월 2주 이야기

미팅이 많은 한 주였습니다. 특히 작가분들과의 미팅이 많았습니다. 월요일은 어린이날 대체 휴일이었고 금요일엔 오랜만에 가족들과 캠핑을 가고자 연차를 내어 총 3일을 일한 한 주였는데 매일 작가분과 만남을 가졌었네요.


작가분과의 만남(이하 ‘작가 미팅’)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하고 긴장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저의 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저는 미팅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엔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것 같아요. 늘 할 일이 많은데, 미팅은 종종 계획보다 길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왜 했지? 싶은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미팅이 특히 그런 경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작품이 시작되거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문서로 정확하게 나누는 소통도 중요하지만 눈빛으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마음을 맞추는 일도 중요합니다. 작품이 상품이 되어 세상에 내놓아지려면, 작가와 PD가 좋은 합을 이루어야 하고 합을 맞추는 다양한 방식 중 미팅은 가장 중요한 협업 방식입니다.


화요일에는 기획 단계 막바지에 이른 작품, 수요일에는 이제 기획 초기 단계에 들어간 작품, 목요일에는 원고 집필 막바지에 이른 작품에 대한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어느 단계의 미팅이냐에 따라 PD의 태도도 달라야 합니다.


화요일에는 아직 공개를 하지 않은 텍스티의 나머지 라인의 첫 작품의 트리트먼트(이하 ‘트릿’)리뷰 회의를 했습니다. 작가님이 보내주신 트릿에 메모를 달아 사전에 의견을 전달했고 그 메모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작가님과의 협업에 대한 저의 마음을 나누었으면 하는 생각에 작가님께 미팅을 청했습니다. 교보문고 강남점 근처의 가배도(저에게는 강남 프로듀싱 본부)라는 카페에서 만났고, 작가님께 트릿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는 어떠신지 여쭙는 것으로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트릿은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과정물이고 제 메모는 과정물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과정물 자체에 포커스 하기보다 작가님의 작업 만족도를 체크하고 거기에 맞춰 의견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두 시간 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만족스러웠습니다. 작가님도 그렇다는 반응을 보여주셨고요. 작가 미팅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은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티키타카를 주고받다가 어떤 개선 지점을 발견했는데 그 자리에서 전에는 생각지 못한 미쳤다 싶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이번 미팅에 그런 순간이 있었고 저와 작가님 모두 주인공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고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이제 트릿 수정본을 거쳐 원고 집필 단계에 들어가게 될 텐데 작가님께서 어떤 원고를 보여주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수요일은 기획안 리뷰 회의였습니다. 통상 기획안도 사전에 메모 피드백을 드리고 수정을 요청드리거나 미팅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메모 전달 없이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기획안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질문을 갖고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작품의 기획은 작가님이 갖고 계신 캐릭터에 대한 구상과 제가 가지고 있던 마케팅 관점의 컨셉을 결합하여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것으로 꽤 매력적인 기획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획안을 보니, 작가님께서는 나름 충실하게 논의했던 방향에 맞춰 내용을 구성해 주셨지만 덕분에 기획이 미흡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팅 일자를 잡아놓고 며칠간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하지만 영감을 얻고자 들었던 팟캐스트를 통해 운명적 키워드를 만날 수 있었고 자신 있게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한편으로는 긴장도 했습니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 아이디어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뜸을 들여가며 조심스레 아이디어를 말씀드렸더니... 반겨주셨습니다. 다행이라 생각했고 이 작품을 성공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꽤 파격적인 아이디어인데 작가님께서 본인이기에 해볼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그 아이디어를 제안드릴 수 있었던 것도, 파격적이지만 작가님이기에 시도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짜릿하게 통한 것이죠. 확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 기획을 위해서는 특별한 것을 더 시도해 봐야겠다는 마음도 먹었습니다.


목요일은 작품을 두고 깊게 이야기 나누는 미팅은 아니었습니다. 원고 2고에 대한 메모 피드백은 진작에 드렸고 3고를 진행 중이신 작가님을 만나 컨디션은 어떠신지, 작업에 어려움은 없으신지, 향후 일정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 자리였습니다. 합정 인근의 중식 주점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설로는 저와 세 번째 작업을 하시는 것이고 20대 시절부터 오래 알아온 관계라 저에게는 친구 같고 가족 같고 제가 진심으로 애정하는,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픈 작가님입니다. 제가 거기에 꼭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이고요. 작가님의 실력은 그렇게 되어야 마땅합니다. 저에게는 제가 아는 작가님들 중 가장 엔터테이닝한 글을 잘 쓰시는 분이거든요. 이번 작품도 꽤 거대한 스케일을 다루고 그야말로 페이지터너다운 작품이 되리라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올 8월에 출간을 예정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기대해 주시면 좋겠네요.


삼 일간 연속된 작가 미팅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게 내 일의 재미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이 맛에, 만날 한 주 넘겨서 일지를 쓰는 한이 있어도 꾸준히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5월 3주 이야기는 수요일 미팅과 연결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에 올려보자 마음먹고, 이번 일지는 여기서 마칩니다 :)


화요릴 미팅 후 교보문고 강남점에 들러 신간 매대 확인
수요일 미팅 후 교보문고 광화문점 매대 확인.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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