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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

by 힉엣눙크

“텅” 뭔가 빈 통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휴일에 창문 밖을 살펴보니 먼산이 온통 뿌옇게 보였다. 미세먼지 불청객이 덮친 것이다. 하지만 봄 햇살은 따뜻했고 화초와 나무들은 제각각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탁한 공기가 꺼려졌지만 그보다 꽃과 햇살의 유혹이 더 강했다. 마당에 앉아 튤립, 수선화, 박태기, 라일락의 색과 향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그 소리가 들렸다.


순간 스치는 생각이 있어 창가에 가보니 유리창 한가운데에 희미하게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회색 얼룩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세한 깃털이 붙어 있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닥에 녹색의 나뭇잎 같은 게 눈에 띄었다. 뒤집으니 새의 부리와 흰 배가 드러나 깜짝 놀랐다. 동박새였다. 떨어져 내린 동백꽃처럼 손바닥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새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급히 약속 장소인 큰 건물로 들어서다 로비 유리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문이 부서질 듯 큰소리가 울렸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부끄럽고 황망해서 머리와 팔의 통증도 잊은 채 급히 자리를 옮겼었다. 나는 다행히 그때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지만 시속 30~40km의 속도로 날아와 부딪힌 조그만 그 새가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산업화 이후 인류는 전방위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는 환경을 제물로 삼았고 지구는 크고 작은 재앙을 맞고 있다. 가속화된 욕망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그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기약 없이 미약하다. 제어되지 않는 인류의 날갯짓이 환경파괴에 따른 파국의 유리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가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탐욕의 대상이 유리에 비친 허상은 아닐까?

미세먼지로 가득한 휴일 오후, 유리창 너머 세상으로 건너가려던 동박새를 마당 한 편에 묻었다.


2018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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