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집을 내 놔도 팔리지 않았다. 막내가 커 가면서 이사가 절실했다. 설상가상 부동산 경기는 바닥이었다. 드문드문 집을 보러 오던 사람들의 발길조차 아예 끊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보러 오신 분이 당장 한 달 안에 들어오겠다고 했다. 아이들 학기가 끝나지 않아 어정쩡한 시기였고, 대출상황 또한 최악이었다. 하지만 순적하게 집은 구해졌고 우리는 딱 한 달 만에 이사를 왔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살던 동네가 아니니 낯설었다. 신도시에 비해 낡고 오래된 주변 환경을 겪으니 부산에 온 게 실감이 됐다. 신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오르막길은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황량한 아파트 단지를 보니 전에 살던 아파트의 조경이 그립기까지 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메마른 가지에는 어느새 풍성한 벚꽃으로 그득하다.
꼭 내 마음같던 나무에 봄이 깃든 걸 보니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출근길에도 쭉 이어진 벚꽃나무를 보면 새 마음이 솟는다.
겨울이 지나니 봄은 오고야 말았다. 사람의 계절에도 어찌 겨울만 있겠나. 매년 돌아오는 봄날이지만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것은 매서운 추위를 버틴 겨울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이 꽃 한송이,한송이가 귀하다. 올 봄엔 찬찬히 꽃들을 아껴두고 보려한다. 눈의 사치를 진하게 누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