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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로 울지 않겠다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저는 엄마이니까요.

by 육백삼홈

2020년 11월 30일의 글 입니다. 소룡이 이야기는 순간을 되도록이면 기록해 두기로 했기 때문에 조금 늦게지만 올립니다. 늦장 부린 제 자신을 반성하면서 말입니다.


오랜만에 소룡이 얼굴이(보청기) 피팅(보청기 상태를 점검하고 소리 등을 조절)하러 가는 날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언어치료는 중단 한터 피팅만 하려고 오전에 시간을 잡았다.

열 살 이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니 서둘러 다녀와서 점심을 주어야 하니 마음이 바쁘기 시작했다.

아침에 깨우니 소룡이는 한쪽 눈이 안 떠진다며 늦장을 부린다. 늦게 출근하는 남편찬스를 빌려 전철역까지 서둘러 늦지 않게 도착했다. 피팅을 기다리는데 앞에 한 아기가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울어 예약보다 30분이 늦어졌다.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있는거 보니 정말 아가 아가 한 아기인데 청력검사받고 언어치료실로 향하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짠한지 모르겠다.

소룡이는 오늘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엄마. 귀 뒤에 대고 검사하는데 엄청 아팠어. 그런데 꾹 참았어. 꼭 일곱살 언니처럼 말이야" 검사를 하면서 소룡이가 꾹 참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대견해야 하는데 마음이 저린다. 아직도 내 안에서 이런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함이 느껴졌다.

청각사선생님께서 "우리 소룡이 이제 여름방학 때 만나면 되겠네"하신다.

요즘은 얼굴이를 너무 오래 끼려고 한다. 적응이 된 것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이 정도면 다 들었었는데 요즘 들어 더 못 듣는 느낌이랄까? 혹시나 청력이 더 안 좋아졌는지 걱정이 되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소룡이와 센터 가는 것도 불안하고 (하루 천명씩 나오는 날들이었다) 여러 가지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었다.

청력은 지난번과 거의 비슷하다고 그런 현상은 당연한 거라고 하셨다. 별 다른 일없이 청력검사를 하고 얼굴이 피팅을 마쳤다. 앞으로 7개월 동안 다른 이슈가 없다면 센터에 갈 일은 없다. 코로나 확산으로 언어치료를 중단한 상황이지만 현재 "ㄷ, ㅂ"을 헷갈려 듣는것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어려움이 없어 집에서 지금처럼 매일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면서 해결해 보려고 한다.

전철을 타고 온갖 장난을 치며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12:30분, 떼를 쓰거나 안아준 것도 아닌데 유난히 피곤하고 지친 하루였다.

집에 돌아오니 열 살이는 온라인 수업을 다 하고 혼자 종이접기를 하며 엄마와 소룡이를 반기고, 오늘 소룡이 고생했으니까 오빠가 놀아준다며 오후 내 둘이 재미나게 놀이를 해주었다.

두 아이를 재우고,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는데 남편이 "오늘 고생했어"라는 말에 울컥해버렸다.

"나는 아직도 소룡이 일이 꿈이었으면 좋겠어"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소룡이는 적응한 것 같은데 엄마는 아직 아닌가 보네"라는 남편의 말에 더 마음이 아파왔다.

처음 난청을 진단받고 보청기를 해야 한다고 하던 날. 다시는 울지 않겠노라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울어버렸다. 같은 일로 눈물을 보이면 그동안 버텨왔던 내 안의 다짐들이 무너져 내릴까 울지 않겠노라 다짐한 건데 생각해보니, 나는 소룡이 엄마니까, 아이의 엄마니까, 눈물이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소룡이를 안아주고 재워 줄 때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내가 내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이 상태로 머무르면 좋겠다. 더 자라지 않고 그냥 지금처럼...

앞으로 더 씩씩한 아이로 키우겠다 여러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데 소룡이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어른이 나는 그 다짐을 스스로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곧 새해가 밝아온다. 또 같은 상황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새해니까. 새해에는 같은 일로 울지 않겠다는 거짓말일지도 모르는 다짐을 다시 해보고자 한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처럼 "그럼에도 감사하자"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수 천번 되뇌며 말이다.



전철탈때 필수품! 미니 스티커북 감사합니다.


엄마 주려고 후라이팬에 달걀이랑 멋지게 보이려고 파도 올렸어_열살이
산타처럼입고 아무데나 누워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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