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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Sold out!

댁의 자녀는 하루에 몇 번이나 엄마를 찾나요?

by 육백삼홈

우리 집이 천 평쯤 되었나?

내가 아이들만 두고 어딜 밖에 나갔었나?

우리 집 화장실은 L타워 꼭대기쯤 인가?

12시.

두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 있는 나에게 오늘따라 "엄마"라고 부르는 횟수가 많아도 너무 많아지고 있다.

하루가 시작된 지 4시간 만에 품절 임박이다!!


슬기로운 밀착생활 중인 요즘.

신앙의 힘으로도 책이나 영상의 힘으로도 극복이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날이 오늘이다.


오늘따라 "엄마""엄마" 부르는 통에 왔다 갔다 만보기를 했다면 이만보는 족히 넘었을 시간이다.


열 살 이가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데 담임선생님이 또 깜박하셨다. 한두 번도 아닌데도 매 번 익숙하지가 않다. 선생님도 올리시는 게 익숙하실 때가 되었을 텐데 여러 번 놓치시는 걸 보면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10시가 되어서야 온라인 수업이 올라와 수업을 시작한다. 요즘들어 와 무게를 공부하는데 담임선생님도 아닌 유*브로 주로 연결하여 수업을 하는데 유*브 선생님 말을 참 잘 듣는다. 들이를 재야 한다고 온갖 작은 병부터 큰 통까지 물을 담았다 뺏다를 반복하더니, 오늘은 무게를 재야 한다며 전자저울을 찾고 왔다 갔다 정신이 없다.


소룡이는 혼자서 잘 노는 아이이다. 그러다 한번 엄마를 시작하면 옴짝달싹을 못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엄마"를 찾는다. 자기가 하고 있는 놀이를 쳐다봐 달라는 것이다.

사실 안 본 게 아니다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잠시 눈만 돌려도 '안 보고 있네'심통을 부리며 다시 처음부터 같은 장면을 반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주 금요일에 치과를 다녀온 이후 신발을 한 번도 안 신었으니 애도 종일 답답하고 심심할 것이다. 그럴 것 같아 만들기도 같이해주고 색칠도 해주고, 이제 보드게임방 수준이 되어가는 우리 집은 밤마다 판이 벌어진다. 원카드라고 하는 우노부터 시작해서 부모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시작 하면 기본 두 시간 이상은 해야 한다는 부루마블까지 안 하는 놀이가 없다.

유치원도 원격 수업을 한다고 동화책도 읽어주시고, 미술 수업도 하는데 집에서 다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를 해서 주면 끝이 아니다. 마무리는 결국 엄마들의 몫.

소룡이가 잔소리를 시작한다. '엄마 종이를 좀 더 길에 하고 싶어요'. '엄마 가위로 바르게 잘라야 해요'. '엄마 꼼꼼하게 칠해야 해요'.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안 닮기를 바라는 잔소리를 닮기 시작한 것 같아 속이 상한다.

그러면 안되는데 '엄마 좀 그만 불러줘'라고 말해버렸다가 소룡이가 울고 말았다. 대화를 말고 소망을 말했어야 했는데 아차 했다. 앉아서 울고 있는 걸 보니까 또 마음이 아파 안아주고 미안하다 말해준다.


수업이 끝난 아들이 방에서 뭔가 소리를 들었는지 슬슬 눈치를 보며 나온다.

사실 우리 집에서 엄마를 가장 많이 찾는 아이는 우리 열 살이. 눈치를 보니 엄마를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은 직감이 온 듯 엄마를 부르진 않았지만 화장실에 있는 나에게 보고를 한다.

'나 수업 끝났어'. 화장실 문 닫고 있는 나에게 "엄마" 말만 생략한 채 말이다.


아직 오후 4시도 안되었는데 두 녀석이 엄마를 부르는 통에 엄마는 sold out!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지 7시간 만에 말이다. 정말 최고의 HIT! 이다.


지금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

오늘도 내일도 sold out 이 될 지라도

내일 또 Hit!가 될 지라도

"엄마"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우리엄마처럼 다시 일어나야 겠다.


오늘은 아메리카노로 안 되는 날이다. 봉지커피와 과자를 꺼내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먹는다. 조용히 나 혼자만 먹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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