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시어머님자리 선예약해야하나요?!
문득 내가 꼰대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속어나 은어, 줄임말도 잘 쓰지 않는다. 우리말을 정말 사랑해서라고는 말 못 한다. 사실 잘 모른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줄임말, 속어, 은어를 많이 접할 기회도 없었고 너무 어렵기도 하다. 언론이나 아이가 쓰는 말들을 찾아보거나 물어봐서 아는 정도로 습득한다. 오래전에 꼰대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어 뜻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진심 꼰대인가?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하루에 한 번 적다면 이틀에 한 번은 아들과의 매치(match)가 시작된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인지도 모르겠다. 열 한살이와 가장 크게 부딪히는 일은 상황에 부적절한 말과 말투(사실 그 상황에 진심일지도 모르겠다)때문이다. 요즘 툭툭 던지는 열한 살의 말투에 매일 마음이 상한다. 최근에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말은 '간섭'과 '잔소리'라는 말이었다. 대략 모두가 상상하는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예전에 안 쓰던 말을 하면 충격이 상당하다. 이틀은 충격받고, 이틀은 괘씸하고 그 후로는 계속 우울하다. 어쩌면 아직도 다섯 살의 볼 통통 아들에 대한 허상을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이 큰 문제이지 싶다.
열 한살이도 나이가 들고 몸이 자랐다. 생각과 언어도 자랐다. 그런 열한 살을 나는 아직도 다섯 살의 마냥 귀엽고 순수한 아들로 대하며 '말 예쁘게 해야지', '엄마한테 비밀이 있으면 안 돼' 라는 말을 하고 있는 어제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니 빵빵 터지게 큰 웃음이 난다.
진심인 듯 아닌 듯 툭툭 던지는 아이의 말과 말투는 어쩌면 아이들 훈육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미숙함'때문일 것이다. 상황에 적절한 태도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미숙하기에 친절히 알려주고, 이해하고 포용해 주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괘씸하고 속상하기만 한 나를 보면 아들의 미숙함과 나의 미숙함은 그냥 같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장난스럽게 애교떨며 "엄마 싸랑해요!"라고 하루에서 몇 번씩 외치던 아들이 자주 그리운 요즘
어쩌면 귀엽게 히죽히죽 해주던 말과는 이제 안녕을 해야할 때가 온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예전에는 자신 만만하게 말했었지만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못된 시어머니자리도 선 예약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더 우울함이 밀려온다.
오늘 창 밖을 열어 보니 하늘과 바람, 햇살이 완연한 봄이다. 오늘은 미련 떨지 말고 학교 다녀온 아들을 꼭 안아주며 잘 다녀왔냐고, 엄마는 유난히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리라. 열한 살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와 상처 받기 전에 말이다.
<제목 사진과 위 사진은 박준 시인의 첫 그림책 "우리는 안녕"입니다. 소룡이 동화책인데 너무 예뻐서 읽고 또 읽었네요. 작가는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봅니다. 예쁜책이었요. 마음도 따뜻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