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Barcelona, Barcelona
함께 여행 사진을 보며 한참을 즐겁게 추억에 빠져들다 엄마가 말했다.
"자꾸 여행 사진 보내주지마, 눈물 날 것 같아"
아무래도 당분간 우리의 삶에서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이라는 단어는 잊고 살아야할 게 확실하다.
분명 2020년 봄 대유행이 처음으로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리 모두 '그래도 가을즈음 되면 이전의 삶이 어느정도 돌아오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나도 크로아티아를 차로 일주하는 계획을 세우며 연초에 이미 비행기표와 숙소 예약까지 마쳐둔 상태였고, 여름에 맞춰 두번째 발리 여행-체력과 건강이 허락할 때 서핑을 한 번 더 제대로 시도해보고 싶었다-을 떠날 마음을 먹고 있었고, 가을에는 뉴욕에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하며 센트럴파크도 마냥 걸어보고 낮이며 밤이며 브로드웨이 공연을 실컷 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
언감생심이었다.
임상 시험을 거친 백신이 긴급 승인을 받아 여러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긴 했지만, 우리가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2022년은 되어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니,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가 안정된다고 한들, 과연 여행이 이전과 같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마음 편히-어쩌면 무지하고 비위생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외국의 낯선 장소를 이동하고, 사람들과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 일련의 행위들이 더이상 괜찮지 않은 일들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여기에 최근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건의 혐오 범죄를 생각하면 더욱 문제는 심각해진다. 보건위생을 넘어서 무차별 폭행을 당할까봐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니 여행이 여행일 수 없을 것이다.
원래도 삶에 필수적이지 않은(안타깝다) 여행은 그러한 까닭으로 꿈꾸기조차 요원하다.
그러다보니 하릴없이 자꾸만 2020년 이전의 여행을 되돌아보게 된다. 모든 삶의 기억들은 돌아보면 애틋하지만 여행은 더욱 그런 일이 되었다. 그 되돌아봄에는 기억이 남긴 즐거움과 괴로움이 있고, 순간이 남긴 나와 다른 이가 있다. 겪은 것과 느낀 것이 함께 튀어나와 그 시간을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인상으로 주조한다. 그것들이 내 마음 구석구석 알알이 들어차 언제고 교교하게 빛을 발한다. 그 빛을 더 선명하게 붙잡아보고 싶어서 글을 쓴다.
여행이 잊혀진 이 시대에 그것이 더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