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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들이 쉽게 화내고 싸우는 이유

by Lohengrin

출퇴근하는 혼잡한 전철에서 가끔 언성을 높여가며 말싸움하는 어르신들을 보게 된다. 전철에서 젊은 사람들이 말싸움하는 장면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유독 전철에서 싸우는 광경은 꼰대들의 몫이다. 왜 이럴까?


전철에서 언쟁을 하는 꼰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너 몇 살이야? 나이도 어린것이 경로석에 앉아있어? 그 자리가 당신 자리야?"

"2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떡 하니 다리 펴고 앉으면 어떻게? 교양 없이! 다른 사람도 못 앉게 말이야!"

"뭐야? 나도 댁만큼 나이 먹을 만큼 먹었어! 이 자리에 앉을 권리가 있다고!"

"댁? 야 인마 내가 왜 니 댁이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얻다 대고 큰 소리야!"


전철에서 꼰대들이 논쟁하는 사례들은 각양각색이지만 들어보면 대충 자리 차지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 대부분이고 언쟁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좌석차지 -> 나이 논쟁 -> 반말 언쟁 -> 개싸움의 구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보통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일부 부분적 현상을 가지고 전체를 재단(裁斷)하면 오류가 발생하지만 일단 부분으로 추세를 가늠해 보자.


멀리 물을 것을 없다. 내 나이 지난해 60세를 넘었다. 본인들은 아직 60세면 청춘이라고, 팔팔하게 일할 나이라고 항변한다. 주변에서 "누가 당신을 60세 넘은 노인으로 봐? 아직 40대 후반 같구먼"이라는 감언이설이라도 하게 되면, 마치 자신도 그런 줄 안다. 60세 이상 꼰대들이여! 착각하지 마라. 60세 넘어서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노인인 '꼰대' 맞다.


자기비하한다고 욕하지 마라.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지 않고 포장해서 보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틈새를 메우려고 시도하는 행동들이 겉으로 드러나고 표시된다. 그 현상들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한다.


정년퇴직하고 나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부류가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이나 연장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밖에 없다. 사회활동을 아주 활발히 해서 동호회 등에서 만나는 사례를 빼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은 유유상종으로 모이고 만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말이다. 정치적 편향으로 서로 맞지 않은 멤버들이 있을 수 있지만 모임에서는 정치 이야기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모임을 지속한다. 간혹 모임에서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했다가 목소리 높아지고 다음 모임에 나오지 않거나 모임이 해체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꼭 정치 종교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주 사소한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려서부터 동네 불알친구로 평생을 같이 모이고 봐온 사이라면, "야 인마! 어이 오뎅(성이 오씨다)! 이 쇄이 너 아직도 마라톤 뛴다며? 관절 조심해 쟈샤!"(사례일뿐 오해하지 마시길~~)와 같은 대화 수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통 오고 가는 대화였고 아무도 이 대화 속에 섞인 욕을 욕으로 듣거나 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그랬다. 그랬던 것이 나이 60이 넘어 모이면 이 대화 상대가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나이 60이 넘어서 아직도 오뎅이 뭐냐? 그리고 아직도 욕이냐? 나이 들어도 저질의 화법은 변하지 않네 언제 철들래?"


이 정도 반응이 들리면 모임의 분위기가 싸해진다. 싸한 분위기 눈치챈 멤버들이 그냥 여기저기 분위기 전환을 위해 화제를 옮겨가기도 하지만 이 대화의 당사자들은 가슴에 응어리를 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연거푸 소주잔만 기울이고 있음을 보게 된다. 3자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대화들이 당사자들에겐 심각한 수준으로 들리는 것이다.


나이 들면 신체적으로 근력도 떨어져 활동성도 줄어들고 거기에 따라 호르몬의 분비도 약해지니 정신적,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약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자신만 아니라고 우길뿐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알게 모르게 인지를 한다. 이 와중에 등장하는 것이 고집이고 아집이다. 나는 아니라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자꾸 틀렸고 잘못 됐다고 한다.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가는 형국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도 많으니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아량도 커질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좀팽이가 되어간다. 신체적 정신적 위축은 자연적인 현상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받아들임이 긍정적 받아들임이어야 한다.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여 쪼그라드는 신체와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아니 일으켜 세우지는 못할지언정 제자리라도 지키게 해야 한다. 다름을 다름이라 받아들야야지 다름을 틀림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꼰대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이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대접받는 시대는 조선시대로 끝났다. 나이듬이 지혜의 창고 역할을 하던 시대에나 통했던 우대였다. 지금 시대는 나이 들어 어르신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신독하고 자기 관리를 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꼰대 냄새나면 향수라도 뿌리는 것이 현대를 사는 지혜이며 예의다. 적어도 전철에서 큰소리로 말도 안 되는 말싸움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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