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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을 이기는 다짐

by Lohengrin

계절의 시간은 경칩을 지나 봄의 초입에 들어서 있습니다. 자꾸 남녘의 꽃소식으로 눈길이 갑니다. 화엄사 홍매화는 피었는지, 구례 산수유꽃은 만발했는지, 섬진강변의 매화는 움을 틔우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말부터 꽃소식의 서막을 알리는 축제들이 예정되어 있는데 아직은 조금 이른 듯하다는 소식들이 전해집니다. 심술궂은 날씨가 꽃들의 기지개를 일주일 정도 미루게 한 모양입니다.


자연의 시간을 인간의 시간에 맞추려고 하는 무모함을 여지없이 비켜가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은 자연을 따라갈 수 없나 봅니다. 아니 바벨탑을 쌓아 신의 영역에 도전했던 교만함을 비웃듯, 날씨는 변화무쌍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연이고 자연스러움입니다.


한 걸음 벗어나 지구밖에서 바라보면, 지구표층에서 벌어지는 구름과 바람의 움직임일 뿐이고 그 안에 춥네 덥네 봄이네 아직 아니네를 연발하는 꿈틀거리는 형상들이 있습니다. 일희일비하고 있는 군상들의 서두름이 하찮은 고민임을 지켜보게 됩니다.


막상 그 안에 있는 존재들은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인 양 치부하고 삽니다. 생태계의 본질입니다. 환경입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우리 같은 범인들은 언감생심입니다. 추위에 옷을 껴입어야 하고 꽃소식에 엉덩이 들썩이곤 합니다. 패딩 대신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섰다가 감기 걸려 콜록거리는 것이 우리들의 본모습입니다. 지구표층 환경에서 생명이라는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 군상으로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 주어진 환경을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본능과 편안해지고자 하는 꼼수가 결합된 인간성의 발현일 겁니다. 그 도전들이 누적되어 현재의 인간 군상이 되었고 우리는 지금 그 최종 산물의 유산을 지식으로 지혜로 받아들여 삶의 도구로 삼고 있습니다.


"놓아주고(unleash) 도약(leapfrogging)하라"

인간이 지구표층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근본 배경입니다.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긍정적인 실행력입니다.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움직이고 난 다음에 맞춰 나가고 적응하고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안되고 실력이 아직 모자라서 힘들고 내 전공하고는 다른 분야라서 안되고 등등 , 소위 핑계를 대고 움직이기를 미적거리면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없고 넘어설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많이 경험해 본 놈이 최고입니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많은 것을 해봤다는 것이고 그만큼 실패도 해봤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우연의 확률이 조합되는데 더 적합한 해법을 알게 됐다는 뜻입니다.


나의 핸디캡을 드러내고 까밝혀 본질을 봐야 합니다. 그래야 놓아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습니다. 공포와 불안은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회피한다고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공포와 마주하고 불안과 맞서는 순간, 없애고 버릴 수 있습니다.


그때서야 도약을 할 수 있습니다. 도약은 창조적 혁신입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고 그 뛴 환경은 신세계여야 합니다. 경칩의 따스한 온도가 개구리의 근육에 힘을 싣는 트리거가 되듯이 나의 환경을 뛰어 건너갈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도약은 준비된 자에게만 허용됩니다. 맨땅에서는 어떠한 지혜도 방법도 떠올릴 수 없습니다. 도약을 위해서는 스프링 같은 도구가 필요합니다. 준비해야 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도구와 스프링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고 갈고닦아야 합니다. 세상은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 그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에너지를 쓴 만큼만 주는 것이 자연입니다. 자연은 항상 벼랑 끝의 삶에서 경계를 걸으라고 요구합니다. 정신줄 놓지 말라는 주의를 항상 하고 있습니다. 눈치채느냐 못하느냐는 내가 깨어있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사주경계에 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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