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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06. 2020

우주의 온도, 사랑의 온도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진 23.5도에 의해 계절의 시간이 순환을 합니다. 사계절이 생기고 각 계절에 맞는 온갖 현상이 공진화합니다. 계절을 지칭하는 것은 바로 온도입니다. 우주만물 및 생명을 지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온도입니다.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우주의 온도는 10의 32승도 정도로 계산됩니다. 10 뒤에 붙는 0이 32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주 배경 복사를 통해 측정한 현재 우주의 온도는 영하 272.5도입니다. 빅뱅 이후 우주가 가속 팽창하며 지속적으로 온도가 내려온 것입니다. 온도가 내려온 덕분에 빅뱅 이후 38만 년이 지난 후 전자장에 갇혀 있던 빛도 빠져나와 우주로 뻗어나갑니다.


인간의 언어로 정의된 숫자의 개념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은 숫자에도 이름을 붙여놓았습니다. 10의 32승은 '구(溝)'라고 합니다. 중국 고전에 나오는 숫자입니다. 10의 68승도 '무량대수(無量大數)'라는 용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무량대수는 용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처럼 셀 수 없이 큰 수의 표현입니다. 이 용어는 화엄경에 나오는 말로 지극히 큰 숫자를 나타낸 것으로 철학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vigintillion이라는 용어로 10의 63승 단위를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규모를 말할 때 '조'단위가 많이 쓰입니다만 이는 10의 12승 정도입니다.


이런 온도를 이야기하다가 숫자의 용어로까지 비화되었네요 ^^;;; 


제 자리를 찾겠습니다.

이 아침에 온도를 들먹이는 이유는 아침 출근길에 바람도 제법 소소히 불고 선선했기 때문입니다. 일기예보를 검색해보니 현재 기온 22도, 오후부터는 곳에 따라 소나기를 시작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이 많겠다고 합니다. 장마가 다시 북상할 채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소서(小暑)랄 절기상으로도 장마전선이 머물시기이기는 합니다. 장마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계절의 시계는 여름의 정점으로 치달아 자연의 기온을 계속 올릴 것입니다. 기온이 30도를 넘어 사람의 체온과 가까워져 가면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되고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자연과 더욱 가까워져 갑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7만 년 동안 번성했던 지역의 기온이 20도 안팎이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보게 되는 사회 현상이 있습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부고가 자주 들린다는 겁니다. 주로 한여름의 초입과 겨울 초입에 많이 들리는 소식입니다. 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인간사에 아직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자연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어제도 사회에서 만난 아주 가까운 지인의 아버님께서 작고하셨다는 부고를 접했습니다. 연세가 80대 중반이신 데다가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하셨답니다. 요즘은 기온의 급변과 관계없이 코로나 19로 조문가기도 망설여지고 상가에서도 조문 오지 말라고,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시절이 되어 우리 사회의 문화까지도 바꾸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가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 경계의 순간에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을 지켜보게 됩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긴 하지만 그 상황에 들어서면 곁에서 보는 입장임에도 만감이 교차합니다.


본래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원래 있는 곳,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자연에 흩어지면 그저 그 원자들로, 다시 또 다른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로 간다고 그렇게 최면을 걸지만 막상 존재라는 단어 앞에 놓인 물질과 대비되어 이젠 그 어떤 사람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상태가 되어 버린다고 하는 것에는 인본적, 문화적 본성이 우선 작용하게 됩니다. 눈물이 안타까움을 대신하고 관습이 남은 자들을 위로합니다. 그렇게 순간이 지나고 남은 자들은 다시 배가 고프고 어제 남겨둔 빨래를 해야 합니다. 경계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물어져도 삶의 존재는 일상으로 남게 됩니다.

살아있다고 하는 시간 동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에 충실하는 것이 산 자들의 몫임을, 떠난 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먼저 웃어주고 먼저 안부를 물어주고 먼저 안아주고 해야겠습니다. 삶의 의미는 먼 곳이 아니고 바로 옆에 그리고 휴대폰 안에 항상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무심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뿐이었던 것입니다. 지난 시간을 반성하며 쓰지 못했던 말,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다시 써봅니다. 우주의 온도, 자연의 온도보다 우리 심성의 온도는 더 뜨겁습니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이 자연의 온도지만 그 자연의 온도보다 뜨거우면서도 사물과 존재를 불태우지 않는 아주 특이한 온도가 존재합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게 '사랑의 온도'는 무소불위의 존재로 환생을 합니다.


전화기를 열어보시죠. '사랑해' 문자가 들어와 있을 겁니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을 달달하게 시작해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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