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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03. 2020

땀 흘림에 의미 부여하기

올해는 예년 이맘때에 비해서 바깥 기온의 더위가 조금 약해진 듯합니다. 기온은 30도에 육박하지만 습기가 없어서 그런지 그늘에 있으면 그래도 더운 줄 모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기까지 합니다. 장마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탓에 잠시 인디언 섬머 같은 현상일까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양자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무한대의 확률 속에 존재하는 자연현상의 하나하나에 노출되고 그 안에서 생존이라는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호흡 하나, 셔츠를 적시는 땀방울 하나, 보이는 사물 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어제의 태양 에너지가 남기고 간 기온이 조금씩 대지를 덥혀놓았기에 아침 기온도 조금씩 따라 반등한 덕에 반팔 셔츠를 입었음에도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오니 살짝 땀이 배어납니다. 어제와 걷은 거리가 똑같고 속도도 똑같은데 땀이 베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무언가 다른 작용이 있었다는 겁니다. 제 신체능력이 큰 변화가 없다고 보면 분명 외부적 요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외부 기온이 많이 올랐거나 기온이 큰 변화가 없었다면 또한 습도가 높다는 걸 껍니다.


이번 주 들어 주초에 비가 계속 내린 탓에 세상을 물기로 가득 채워져 있어 습도가 조금씩 조금씩 오르는 것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같은 운동량을 소모하는데 땀이 더 난다는 것은 그만큼 체온이 올랐다는 것이고 그것은 에너지를 그만큼 더 많이 소비한다는 뜻입니다. 조건이 그만큼 중요한 요인입니다.

땀은 물입니다. 신체를 움직이는 포도당이 에너지 대사를 하는 와중에 산소와 결합하고 남은 수소원자와 결합하여 물이 되어 배출되는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물을 먹는 기계이기도 하지만 물을 만드는 기계이기도 한 것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몸에 열이 많다는 것은 신체 내 기초대사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근길 걷기만으로도 기본적인 운동량을 채우는 것 같아 땀을 조금 흘리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등에 짊어진 백팩에 노트북과 책이 들어 있어 운동량을 높인 이유도 땀을 흘리는데 작용을 했나 봅니다. 백팩을 멘 어깨와 등, 그리고 가슴 쪽 셔츠에 땀으로 표시가 됩니다. 보기에는 약간 그렇지만 뭐 그 정도야 섹시함을 드러내는 매력으로 보일 수 도 있지 않을까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7월에 접어들어 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1년 중 절반을 보내고 새로운 절반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시간과 세월이라는 놈은 참으로 무서운 놈입니다. 시간과 세월을 인식하는 순간 바로 시간의 병렬이 화살처럼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인식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데 인식하면 변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고 하나만 가능하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는 인문학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항상 이정표가 되고 의미가 부여되는 날들이 있습니다. 처음이 그렇고 마지막이 대표적입니다. 아니 1년 365일이 모두 의미를 부여하면 의미심장한 날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편적 의미를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날들이 바로 처음과 끝이라는 날입니다. 의미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일 겁니다. 사는 것을 되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고 예측하고 싶어 하는 공동의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7월은 절정의 여름날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1년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한 계절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의미는 어디에 방점을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치를 지닙니다. 오늘의 방점은 어디에 찍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불금이니 일단 즐거운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햇살 강렬한 바깥이지만 중간중간 산재한 구름을 가림막이라 칭하고 가로수 그늘 밑에 소소히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도 습기를 머금지 않아 서글서글한 삼베옷이라 칭하면 시원함의 근원으로 다가옵니다.


맞이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방점을 찍으면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한줄기 땀은 그저 건강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땀이 있어 책상 위에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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