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일몰 순간, 청혼하는 연인

by Lohengrin

열흘간의 포르투갈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리스본과 포루투에 에어비엔비 숙소를 허브로 삼고 주변 소도시들을 다녀오는 일정으로 열흘을 꾸렸습니다.


리스본 근교에 있는 카스카이스(Cascais), 신트라(Sintra), 페나성(Palacio da Pena), 호카곶(Cabo da Roca), 나자레(Nazare), 알코바사(Alcobasa), 오비두스(Obidos) 등을 다녀왔습니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리스본 출발 항공편 좌석 상황이 여의치 않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오는 항공편으로 잡은 관계로, 예상치 않게 마드리드에서도 1박 2일을 머물다 왔습니다.


마드리드는 7년 전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던 곳이지만 또다시 가도 좋은 곳이 분명합니다. 솔 광장(Prta del Sol)에 있는 스페인 도로 원점 기준점에 발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다시 온다고 하는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 있는데 다시 오긴 했습니다. 마드리드에서는 7년 전 못 들러본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Museo National Thyssen Bornemisza)을 들러 반나절을 소일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열흘간의 포르투갈 일정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저는 포르투에서 저녁 일몰을 보던 모로 언덕(Jardim do Morro)을 꼽겠습니다. 대서양으로 흐르는 도루강 물결 위로 석양이 윤슬로 빛나는 그 장관을 내려다보는 풍광도 일품이지만 저는 그 환상적인 일몰의 순간에 청혼 프러포즈를 하던 한쌍의 젊은이와 이를 축하해 주는 구름 같은 군중들의 환호성이 제 머릿속에 더 생생히 남습니다.


포르투의 일몰을 보기 위해 모로 언덕에 간 시간은 저녁 7시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히베이라 광장에서 동루이스 아랫 다리를 건너 모로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일몰시간이 8시 50분 정도여서 이른 감이 있었지만 언덕을 오르자 벌써 일몰을 보고자 모여든 사람들이 인산인해입니다. 토요일이어서 더욱 그런 듯합니다.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합니다.


모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포르투의 멋진 풍광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록 페스티벌을 무색하게 하는 버스킹 소리가 귀를 심심치 않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일몰 시간이 되기까지 지루해지는 걸 잊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뭉쳐져서 그런지, 청소차량이 경적소리를 리듬 있게 울리며 지나가면 1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휘파람과 박수와 환호로 응답을 해줍니다. 절로 웃음이 나게 합니다.


그러다 해가 거의 포르투 지평선에 걸릴 즈음, 갑자기 큰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이어집니다. 멋진 포르투의 일몰 순간에 청혼 프러포즈를 하러 온 젊은 청춘 때문이었습니다. 청혼을 하는 남자가 친구들과 청혼 이벤트를 하러 왔습니다. 피앙새에게 반지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되자 모로 언덕에서 일몰을 기다리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해줍니다. 일몰의 순간보다 더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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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프러포즈 이벤트로는 최고의 장면이지 싶습니다. 청혼 반지를 받아 든 피앙새가 기어이 울고 맙니다. 그들의 포옹이 그들의 키스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사람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 순간은 일몰보다 더 빛났습니다. 사진보다 선명한 기억, 그 무엇보다 생생한 감정. 여행은 결국 이런 찰나의 경험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연히 마주친 감동이 필연의 기억으로 남을 때, 우리는 비로소 여행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늘 묻습니다.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냐"라고. 하지만 그 답은 눈으로 본 풍경이 아니라, 마음으로 경험한 감정입니다. 포르투의 일몰은 단지 하늘이 붉게 물드는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의 기대, 환호, 웃음, 눈물이 겹쳐진 하나의 생생한 ‘기억의 무대’였습니다.


결국 여행에서 남는 것은 감동이고, 그 감동은 누군가와 나눈 순간 속에서 더욱 깊어지는 법입니다. 포르투에서 마주한 그 아름다운 일몰, 그 연인들의 사랑의 선언, 그리고 모두가 하나 되었던 황혼의 환호성은 평생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여행은 이렇게 우연을 만나 가슴 설레어 필연의 기억으로 박제시키는 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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