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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23. 2020

장마, 절기, 유전자 조작의 연결성

어제가 한여름의 절정이라는 대서(大暑)였더군요. 이 시기는 장마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더위를 식혀주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더위의 한 복판이라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일요일은 중복이기도 합니다. 더위와 관련된 단어들이 달력에 알알이 박혀 있네요.


중복이라는 단어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리는 날입니다. 올해는 늦은 장마전선의 오감으로 인해 조금 예외이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오늘도 서울지역은 계속 빗속에 잠겨 있을 모양입니다. 역시나 기상청 전매특허인 '곳에 따라'이긴 합니다. 중복은 한자로는 가운데 중 中 엎드릴 복 伏 자를 씁니다. 복(伏) 자가 재미있습니다. 사람과 개가 엎드린다는 뜻입니다. 더위에 지쳐 사람과 개가 엎드려 있게 되는 날이 초복을 시작으로 중복, 말복까지 20일의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선인들의 해학이 묻어납니다. 지구과학적으로 보면 남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한반도를 넘어 만주까지 확장되는 현상이지만 과학기술이 발달치 않았던 고대시절의 경험과 자연의 관찰만으로 계절의 시간을 읽어내고 부족해진 영양을 보충해 준다는 것은 대단한 지혜의 발견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산업 발달 이전 농업에 주력하던 동북아 선조들에게는 1년을 15일 단위로 쪼개어 각각의 의미를 부여해 놓고 특이점으로 삼았습니다. 24절기가 그것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은 24절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단지 풍습입니다. 7월에 있는 절기는 소서와 대서입니다.) 자연을 읽는 기발한 발상입니다.

수렵채집 생활에서 집단 정착과 거주가 가능하게 된 농업생활은 인류가 세상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야생의 보리와 밀 중에서 수확이 많은 녀석만 골라 심어 생산량을 늘렸고 야생에 돌아다니는 동물들 중에서 온순한 놈만 붙잡아 가두어 둠으로써 돼지와 소, 개로 인위 진화를 시켰습니다. 최근에 유전자 조작을 한 여러 식물들과 동물들의 식품 안전성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만 이미 인류는 부락을 형성하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유전자 조작을 해온 전례를 전수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인간 꼼수의 역사는 본능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자 조작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자체도 유전자 조작에 의한 진화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합성되고 조작되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은 생겨날 수가 없습니다.


음식으로의 유전자 조작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콩과 같이 병해충에 강하도록 일부 유전자만 조작된 작물은 다른 생명체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자연주의자 및 환경론자들의 과민반응이자 막연한 불안일 뿐입니다. 또한 '조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에 따른 의미의 부정적 공유도 문제입니다. 용어의 선택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우리는 먹는 재료의 형태와 효능을 일치시키는 오류를 범하도록 교육받고 관습 화해 왔습니다. 장어를 먹으면 힘이 좋아진다고 믿는 습생과도 같습니다. 무지의 소산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섭취한다는 것입니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는 어떠한 것이 되었던 신체는 분자 단위로 쪼개어 흡수를 하게 됩니다. 입에서 잘게 쪼개어 분해가 잘 되도록 하여 위로 내려보내면 위에서는 위산을 분비하여 잘게 쪼개진 음식물을 죽처럼 흩어놓아 더 잘 흡수되도록 추가로 분해합니다. 십이지장으로 더 내려가면 담즙이 분비되어 죽처럼 녹여놓은 음식물을 더 작은 분자 단위로 흩어놓습니다. 소장과 대장을 경유하며 탄수화물은 글루코스로 흡수하고 지방과 단백질도 분해되어 혈관을 타고 간으로 모였다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전 신체로 가서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작용하게 됩니다. 인체의 소화기관은 에너지를 분자 단위로 분해하여 필요한 분자를 흡수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이 소화기관은 사실 인체의 일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입에서 항문까지 구멍이 통해 있는 외부 바깥이라는 것이죠. 긴 관으로 연결시켜놓고 그 관을 지나는 동안 음식물이 분해되도록 해놓고 필요한 것만 흡수하는 아주 교활하고 지능적인 녀석인 것입니다.


더위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리는 대서를 지나면서 농업혁명과 유전자 조작까지 넘나들었군요. 더위, 산다는 것, 먹는다는 것 그 어느 것 하나 이 시간을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데 세상의 경이가 있습니다. 바깥은 정체되어 있는 장맛비로 습하기는 하지만 무더운 끈끈함 정도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더위는 그렇게 피부 위를 타고 흐르는 습기처럼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여름이란 그런 것입니다. 에너지 보충을 하시고 장맛비 지나고 닥칠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체력을 비축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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