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인데 책 좀 읽으십니까?
마음은 있는데 책 읽을 여유가 없으시다고요? 먹고살기 바쁜데 웬 헛소리냐고요? 올해 책 몇 권 정도 사셨나요? 아니 몇 권 정도 읽으셨나요?
"꼭 책을 읽어야 돼? 안 읽어도 사는데 전혀 문제없는데 ---" "학교졸업한 이후에 책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지만 잘 살았어" "휴대폰에 온갖 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뭐 굳이 돈 주고 책을 사, 그건 낭비지"
책과 관련된 넋두리를 늘어놓자면 끝도 없이 쓸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지식을 전하고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도구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소통의 도구로써 책만큼 훌륭한 역할을 하는 대안은 인류역사상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자책과 가상현실, 현실증강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도구들이 과연 책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지난 화요일(21일), 2024년 기준 한국 출판생산 통계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출판 산업에 대한 통계자료인지라 일반인들에게 유의미한 자료는 아닙니다만 이를 통해 책에 대한 방향을 짐작할 수 있기에 대략적인 숫자 추이만 들여다봅니다.
지난해 신간 발행 총수가 6만 4천 종 정도에, 발행부수가 7,212만 부 정도 됩니다. 이 통계숫자에 종이책과 전자책 발행이 모두 들어있는지는 통계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으나 전자책 및 웹툰, 웹소설 출판플랫폼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6%나 증가해 교보문고등 주요 서점의 매출액이 4.1% 늘어 겨우 흑자 전환했다는 자료와 비교해 보면 전자출판의 약진이 커지고 있는 추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숫자들에게는 통계 평균치가 갖는 한계와 착시가 내재되어 있기는 합니다. 특정 전자출판업체 한 곳의 영업이익 증가가 비약적으로 커서 대부분 적자를 보는 업체의 평균치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점유율 비중은 23.4% 정도인데 확대 추세인 것만은 확실한 듯합니다. 지식을 찾는 도구가 달라져가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그런데 디지털 전자 도구를 잘 활용하는 젊은 세대들 위주로의 추세일 뿐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전자책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도구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여름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라는 에세이집을 종이책으로 출간한 적 있습니다. 그래도 당시, 2쇄를 찍었습니다. 물론 여러 정황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이긴 합니다. 출판사에서 열심히 마케팅 활동도 하시고 제가 처음으로 내는 책이라 주변 지인분들께서 많이들 사주신 덕분입니다. 그러다 올해 9월 초 '정년퇴직 백서 - 우아하게 마주하기'라는 에세이집을 e-book으로 냈습니다. 따로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지인분들께는 발간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중장년층이 전자책에 대해, 무엇인지 들어서 알기는 하는데 어떻게 사서 읽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가까운 지인께서 교보문고에 책 주문을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집에 책이 오지 않는다고 교보문고에 전화까지 해서 "책 주문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배송되지 않는다"라고 컴플레인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서야 책이 e-book으로 발간된 것이라, 구매한 책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대부분 중년들이 e-book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휴대폰 화면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임에도, 책이라는 두께를 화면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사람마다 학습환경이 달라 전자책을 선호하기도 합니다만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중년들은 종이책에 대한 선호와 로망이 있습니다. 아니 공부는 무조건 책으로 배웠던 세대인지라 더욱 그렇습니다.
종이책을 읽는다는 것은 신체의 오감을 모두 동원하는 종합 학습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에서부터 책에서 알게 모르게 풍겨오는 나무냄새와 인쇄 잉크의 향, 그리고 글자를 따라가는 시선의 움직임, 사각사각 들리는 종이 넘기는 소리까지 합해져서 책 속이 내용들이 머릿속에 박혀듭니다. 전자책이 화면으로 보는 시각적 의존성이 강한 반면, 종이책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총동원되어 생각을 따라가고 감정을 이입하여 읽게 됩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만 각자의 정서에 적합한 도구를 활용하는 게 맞고, 책 역시 그런 도구의 일환입니다. 콘텐츠가 어디에 담겨있느냐는 그릇의 문제입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갖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뿐입니다.
기온이 점점 한자리 숫자로 내려가는 시간입니다. 시간의 색들이 나뭇잎의 색깔로 치환되고 있는 이때 낙엽 떨어지는 벤치에 앉아 에세이집 한 권 손에 들고 읽어보시지요.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 한잔 담아서 옆에 놓고 있으면 든든한 지원군이 됩니다. 날이 쌀쌀하니 무릎담요 하나 정도는 가지고 나가 볼까요?
그렇게 갈빛 계절의 시간이 책 속에 떨어지고 마음은 책 속의 정서와 합치를 합니다. 유난히 짧은 듯한 가을의 시간이 책 속에서는 오래오래 남아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영원히 지지 않는 가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책은 상상이자 공유이자 삶의 전달자이기 때문입니다.
ps : 참, 제가 출간한 e-book '정년퇴직 백서-우아하게 마주하기'와 종이책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교보문고와 yes24, 알리딘 홈페이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