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는 호들갑

by Lohengrin

성탄절 다음날인 오늘, 올 들어 최고로 춥다고 계속 겁을 줍니다. 오전 7시 현재 서울이 영하 11도의 기온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춥다'라는 것은 상대적 개념입니다. 나에게는 춥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안 추울 수 있다는 겁니다. 항상 영상 10도 이상의 기온에서 생활해 온 사람은 영상 1-2도만 돼도 춥다고 느낄 것이고 심지어 영상의 기온에 갑자기 오래 노출되면 동사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항상 영하의 기온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영하 0 도 근처의 기온은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오늘 최저기온이 대략 영하 10도이고 낮기온도 영하권을 벗어나지 않을 텐데, '춥다'라고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이 정도야 뭐" 정도이신가요?

나이 든 60대 꼰대들의 기억으로 보면, 요즘 겨울 온도는 겨울도 아닙니다. 적어도 오늘처럼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이 지속적으로 열흘 이상 가거나 적어도 삼한사온으로 영하 10도 근방을 오르락내리락해야 "겨울이구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올 겨울 들어 서울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 10도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춥다'라고 호들갑을 떱니다. 휴대폰으로도 계속 '추위 경고'문자가 뜹니다. 서울시에서도 보내고 구청에서도 보내고 어제저녁부터 서너 개의 문자로 '추위'에 대비하라고 경고합니다.


'추위'에 대한 요즘 분위기를 보다 보면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신기할 정도입니다. 따뜻한 온수가 나오고 난방 보일러가 돌아가는, 난방시설이 잘 갖추어진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어서, 추웠던 어린 시절을 버텼던 기온 적응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정말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세대만 해도 한겨울이면 콧구멍 바로 아래에 터널이 생긴 코찔찔이들이 많았고 제대로 씻지 못해 손이 터서 다녔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요즘은 손이 튼다는 게 뭔지도 모를 겁니다. 그 시절에는 그 모양을 하고도 꽁꽁 언 논으로 썰매 타러 다니고 연 날리러 동네 언덕에 오르기도 하고, 비료포대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모질게도 추웠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면, '차가움'에 대한 적응력이 체내에 내재되어 왔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건방진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저의 경우는 영하 10도 정도의 기온은 "그래 겨울인데 이 정도는 돼야지"정도로 체감하는 수준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강원도 원주에서 살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원주는 지형적으로 분지에 위치해 있어 겨울에 기온이 상당히 낮습니다. 제 기억에는 영하 23도 정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추위에 숙달돼서 그런지, 저는 내복이라는 것을 입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한겨울 등산을 가거나 꽁꽁 언 그린에서도 골프를 치겠다고 미처 날뛰던 초보시절에 히트텍 내복을 입고 출정했던 몇몇 때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뭐 건강을 자신하거나 자만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경계하고 조심합니다. 하지만 추위에 대한 기본적인 내성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렇다고 한 겨울에도 반팔 입고 반바지 입고 다닐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잠시 추위에 노출되어도 짧은 시간 버텨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저는 기온 편차가 심한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의 시간에는 한 번씩 편도선염이 찾아오는 신체적 결함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기온에 민감하게 신체가 반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신체 반응속도를 알기에 겨울 옷차림은 기온의 편차에 따라 빨리 입고 늦게 벗는 편입니다. 최대한 외부 기온에 반응하는 체온의 항상성 편차를 최소화하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 해서 추위를 더 빨리 체감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남의 일이기는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집에서 반팔에 카디건을 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쩔 수가 없는가 봅니다.


최대한 체온의 변화가 없도록 유지해야겠지요. 항온동물인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에너지를 태워 열로 전환하여 신체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숙명입니다. 추워서 웅크리고 있으면 에너지를 태울 수가 없습니다. 근육을 움직여 기관차처럼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그래야 체온을 유지하고 심지어 올려서 열을 발산해야 합니다. 만병의 근원은 움직이지 않는데서 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움직여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도 어리석은 것임은 자명합니다. 내 신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압니다. 혹시 긴가민가하면 병원을 찾아 종합 건강검진을 받아, 수치상으로 어떤 상태이고 무엇을 더 보강하고 보충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바깥의 추위는 우연이라는 확률을 뒤집어쓰고 전개되는 현상입니다. 내가 적응해야 합니다. 때로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힘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영하 10도에 호들갑을 떠는 때에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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