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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4. 2020

UNTACT시대의 강의


강연을 듣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기회입니다. 듣는 사람은 강사가 준비하고 투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의 결실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동적 자세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청자들의 몫입니다. 대중 앞에 서기 위해 강사는 적어도 수십여 일, 아니 몇 개월을 고민하고 장표를 수정하고 하여 강단에 오릅니다. 강연을 준비하는 강사들의 짐이고 청중들을 위한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모든 강의와 강연, 포럼 등이 온라인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강사와 청중이 만나면 보이지 않는 벽이 생깁니다. 공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는데 서로 마주 보고 눈빛과 제스처와 목소리의 톤만으로도 상대방의 의도를 얼핏 파악할 수 있지만 온라인상으로 만나면 이런 교감을 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COLD CALL을 온라인에도 적용하여 질문을 던지고 답변할 시간을 온라인에서 제한해 줌으로써 강의에 계속 참여하게 만드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만나면 집중할 수 없고 강의를 끝까지 듣고 끝내는 경우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없기에 긴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강의 시대가 축지법 쓰듯 빨리 다가온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 강당에 집단으로 모여 강의를 듣는 방식은 이제 시대를 지난 듯 보입니다. 온라인 강의에 집중할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하며 더 나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적용해야겠습니다. 캠퍼스도 없는 '미네르바 스쿨'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앉아 출석 부르고 교수님의 진지한 강의를 듣거나 포럼 현장에서 발표자들의 열띤 강연을 듣는 일이 과거의 회상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을까요? 지금은 온라인 강의의 시작일 뿐입니다. 더 좋은 방법과 접점이 반드시 등장하여 대면과 비대면 강의의 중첩을 통한 지식 전달 수단 방법이 나올 것이라 봅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포럼 행사들도 전환되어 가는 통에 강연장의 분위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아직은 아날로그가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사무실에서 유튜브로 실시간 전달되는 강연을 시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당연히 분위기가 안 잡힙니다. 사무실 전화도 걸려오죠. 직원들도 왔다 갔다 하죠. 오롯이 강연에 집중해 듣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듣다가 결국 꺼버리고 맙니다. 강연 내용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포럼 현장에 참여해 듣는 분위기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눈도장 찍고 머릿수 채워주러 가던 포럼조차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이맘때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포럼 현장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포럼 전체 주제가 "VUCA 시대, 소통경영 전략"이었습니다. 제목이 좀 난해하죠. 현재가 변동적이고(Volatility)이고 불확실하며(Uncertainty) 복잡성이 높고(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시대로 규정된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고객과 직원과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논의하는 포럼이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사회가 급변한 현재에도 적용 가능한 주제였습니다.  3명의 연사가 3시간 동안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마지막 강연 주제가 제일 관심을 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불확실성의 시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협상전략"이라는 주제로 최철규 휴먼솔루션대표가 맡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출신이기도 해서 낯익은 얼굴이었습니다.


강연 내용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상대방과 협상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였습니다. VUCA(뷰카) 시대에 통용되는 협상 기술도 업그레이드되어 협상 3.0 시대로 진화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협상 2세대까지만 해도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기술' 정도를 협상이라고 했다고 하면 근래의 협상은 "상대의 행동, 인식, 감정을 변화시켜 가치를 키우는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정의한답니다.


원론적인 정의일 수 있지만 이 원론에는 인간의 욕구(Needs)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의사결정을 할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최종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감정이 개입하더라는 겁니다. 대단히 중요한 핵심입니다. 현대 과학의 최첨단 연구로 부각되고 있는 브레인 연구에서도 이 감정이 어떻게 생성되고 작동되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 연구분야 중 하나입니다.


협상에서는 요구(Position)와 욕구(needs)의 선을 분명히 정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협상에서는 "posiotion은 needs의 대리인이다"라고 정의한답니다. 협상에서는 근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creative option을 제시해야 협상이 된다는 겁니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을 예로 보여줍니다. "시골길에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는 호스가 지나갑니다. 경운기가 지나가다 호스를 터트려 물이 샙니다. 두 농부 간에 논쟁과 싸움이 벌어집니다. 어떻게 해결할까요? 길에 홈을 파고 호스를 묻습니다. 경운기도 지나가고 비닐하우스에 물도 댈 수 있습니다." 바로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고 경운기에 배추를 싣도 장터에 갈 수 있는 needs를 모두 해결하는 협상입니다.

이 creative option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협상에는 한쪽만 일방적인 이익을 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한쪽에 유리한 협상이 가능할 수 도 있으나 그것은 협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상대방의 행동을 바꿔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 상대방의 needs를 파악해서 creative option을 만들어 제시하라"는 겁니다. 이 협상전략을 가장 잘 사용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바람둥이로 알고 있는 카사노바였답니다. 카사노바는 "내가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내 전부를 걸었다"라고 합니다. 카사노바의 이 전략은 얼굴도 미남형이 아닌 보통 남자인 카사노바를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이름 붙이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삶 자체가 협상이자 선택입니다. 지금 이 시간 내가 무엇을 할 것이지를 선택해야 하고 그중 우선순위에 대해 스스로 협상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모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선택과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면 내일은 좀 더 나은 자아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온라인 시대, 언택트 시대라고 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조직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가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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