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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7. 2020

시간에 대한 사랑

시간의 흐름이란 무엇일까요? '시간이 흐른다'는 표현은 어떤 현상에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요? 시간이 흐른다면 그것을 어떻게 인지할까요? 과연 시간은 흐르는 것일까요?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진화시키면서 모든 대상을 언어화하여 목적성을 부여했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도 만들어내어 의미를 부여하는 탁월한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느낄 수 도 없는 자연의 법칙에 '시간'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흘러간다'라고 표현합니다. 시간은 언어의 출현으로 인해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의 자연에 대한 해석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촘촘히 짜인 시간의 굴레를 한치도 벗어날 수 없이 갇혀 있습니다. 로벨리처럼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만 과연 시간은 흘러가는 것일까요?

우주만물은 움직입니다. 움직임이 곧 생명입니다. 움직인다는 것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입니다. 에너지를 축적해야 합니다.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바로 시간이라 표현합니다. 그래서 시간은 흘러간다고 이해합니다. 우리 은하가 흘러가고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돌아갑니다. 태양이 돌고 지구가 돕니다. 그것을 시간이라 합니다.


반복되는 것 같지만 흐른다는 것은 방향성을 갖습니다.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흐른다고 표현해도 맞습니다. 빛은 초속 30만 km의 속도로 달립니다. 지금은 태풍의 폭풍우에 갇혀 보이지 않지만 구름 위 지구를 비추고 있는 태양빛은 8분 전에 출발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주의 나이인 137억 년의 시간을 알아낼 수 있었고 우주 탄생 38만 년 후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빛의 시간까지도 알아내 버렸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사물, 바로 거시계에는 시간이 존재하고 지배합니다.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그 변화율을 바로 시간이라 칭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시계로 가면 관계만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형이상학적 표현을 자연에 적용하여 시작과 끝 사이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물리학적 순환을 관찰하고 그 공간을 세분화하여 초와 분과 시를 그려 넣었습니다. 지금 현재의 세계가 있게 한 고전역학의 위대함입니다.

다시 현실의 시간 속으로 들어옵니다. 폭풍우로 꼭꼭 닫은 창틈 사이로 바람의 여운이 스며들며 아침 공기의 차가움을 전합니다. 반바지 입고 지내던 거실의 시간을 접고 긴 바지를 챙겨 입습니다.


이 온도의 높고 낮음을 '시간'의 흐름이라는 의미를 보태어 계절의 흐름까지도 연상작용을 하게 합니다. 태양계 천체가 자전과 공전을 통해 움직이는 동안 그 중심에 있는 태양과의 거리와 자전축의 기울기로 인하여 기온의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이를 '계절'이라 이름 붙이고 일정한 주기를 따라 행해진다 하여 사계절이라 부릅니다. 낮 태양의 높이가 정수리에 화상을 입힐 만큼 강렬할지라도 아침저녁으로 늘어지는 그림자의 길이는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태양이 뜨는 시간도 늦어지고 지는 시간은 빨리 집니다. 점점 낮의 정령보다는 밤이 정령이 힘을 발휘해가고 있습니다. 감히 가을을 이야기해도 될 만큼 말입니다. 밖의 저 태풍이 가을의 시간을 끌어당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여름의 열정이 더 강하여 그 강렬함 속에 번창하던 매미소리의 기세는 사라져 갔지만 아직 간간히 들리고 나뭇잎의 색감도 짙은 초록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바로 조화라는 균형입니다. 흥함과 망함이 항상 같이 존재하듯이 인간이 이름 붙인 계절의 시간들도 항상 같이 존재했습니다. 태양을 도는 행성 지구의 운명은 그 일정한 주기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내었고 그 패턴 속에 모든 생명체는 가장 적절한 생존의 방법들을 알아냈습니다.


시간이라 이름 붙이고 현명하고 지혜롭다 칭합니다. 생명체 어느 것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시간임을 압니다. 그래서 시간은 위대한 스승입니다. 태양은 오늘도 동쪽 하늘에서 떠서 서쪽하늘로 갈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는 삶을 시간 속에 그려낼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가슴 뛰는 그런 시간들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자명합니다. 코로나 19로 힘들지라도 말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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