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Nov 05. 2020

'현실의 시간'은 목적을 갖는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힐끗 쳐다보니 내일모레면,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입동(立冬)입니다. 겨울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가을보다는 겨울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른 계절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입동을 앞두어서 그런지 도심 한복판에도 이젠 단풍보다 낙엽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입동은 24절기 중 큰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나 우리네 겨울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겨울 동안의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을, 이 입동을 기준으로 해서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이번 주말에 김장을 한다는 친구들이 몇몇 있습니다. 요즘은 김장이라는 단어를 잊고 삽니다만 김장은 입동 전이나 직후에 해야 제맛이 난다고 합니다. 입동이 지난 지가 오래되면 얼어붙고, 싱싱한 재료도 없어지고 일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김장은 농경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네 땅에 적응한 선인들의 지혜였습니다만 김치냉장고를 두고 사는 현대에 와서는 입동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려 이젠 김장을 따로 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집 김치냉장고에는 지난해 담근 김치가 아직도 시간의 화살을 멈춘 채 익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김장은 조금이나마 담그긴 할 것 같은데 아직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가을인데 뭔 소리야?" 지구온난화로 인해 24절기의 날짜를 조정해야 할 판입니다. 2,500년 전 만들어진 절기이니 이젠 조정할 때도 되었을까요?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하는데 일기예보는 비가 올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올 겨울은 지난겨울처럼 안 추울 듯 하긴 합니다. 사실 없는 사람들에겐 추운 것보단 더운 것이 낫습니다. 더우면 벗으면 되고 그늘에서 잠이라도 청할 수 있지만 추우면 대책이 없습니다. 심지어 얼어 죽을 수 도 있습니다. ㅠ.ㅠ 

계절의 절기를 보면서 정해져 있다는 것. 예정되어 있다는 것. 환원주의가 아니더라도 다가올 미래의 시간 중에 할 일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는 것은 목표를 정해주기에 다른 곳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목표지향적이 되게 하여 어떤 지점을 향해 매진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됩니다. 바로 뇌의 뉴런들이 움직이는 원리와 같습니다. 뇌는 운동을 만드는 곳입니다. 손을 움직이고 발을 움직이고 눈을 움직이고 신체의 모든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을 만들어 냅니다. 목적지향적인 것이 바로 우리의 뇌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전적으로 목적지향적입니다. 숨을 쉬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밥을 먹는 이유 등 다 이유가 있는 것은 바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절기가 목적을 상정하는 지표가 되어 왔듯이 오늘은 오늘의 삶의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삶은 살아내야 하고 견뎌내야 하는 '현실의 시간'입니다. 어차피 주어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피할 수 도 돌아갈 수 도 없는 게 현실의 시간입니다. 어떻게 쓸 것인지는 '시간의 지배자'인 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정해진 중요한 가치를 위해 하루의 모든 것을 집중합니다.


직장에서는 직장에서 부여한 '일'애 매진할 일이며 그 시간이 지나면 또 그 시간에 맞는 다른 목적을 향해 나아가면 됩니다. 오늘 하루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우선권을 부여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의 지배자', 시간을 만들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