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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11. 2020

코로나 19를 피할 아지트, 어디 없을까요?

어제는 새벽에 눈이 왔는지도 모르게 다녀갔다고 하네요. 서울에서는 올 겨울 들어 첫눈이었다고 하는데 제 눈엔 안 보였으니 저에게는 아직 첫눈이 안 왔다고 치부하겠습니다. 기상관측 기록상 첫눈이라고 하니 그랬나 보다 하는 정도로 흘려듣고 맙니다. 제 마음속 첫눈 하면, 왔다가 갔는지 모를 정도가 아니고 함박눈 펑펑 내리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어제 낮에도 하늘이 잔뜩 흐려 눈이 내릴 듯 말 듯 하더니 결국 그냥 그렇게 어두운 밤을 맞이 하더군요. 오늘 바깥은 안개도 아닌 것이 잔뜩 세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입니다.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니고 안개도 아닌 제4의 희귀종인 미세먼지입니다. 


몇 년 전부터 삼한사미(三寒四微)라고 "삼일은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라는 풍자가 도는 게 요즘 겨울철 이미지이긴 합니다만 며칠 영하의 날씨로 쌀쌀할 때는 그나마 잘 안보이더니 어제부터 아침 기온이 영상으로 잠시 오르자 미세먼지가 그 자리로 스멀스멀 차지합니다. 


미세먼지가 짙어 해를 가리고 도시를 잿빛으로 만들면 자연의 시간을 예측하는 감각조차도 마비시키게 됩니다. 변화를 감지해야 대응을 할 텐데 그 반응을 무디게 만듭니다. 예측이 안되니 신경만 예민해집니다. 미세먼지 하나 들여다봐도 인간의 감정과 행동 패턴이 보입니다.


변화가 심하다는 것에는 어떤 위험이 내재해 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도차가 심하다는 말에도 편차가 크다는 것이므로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납니다. 보일러가 하루 종일 켜져 있어 온도조절을 못해 과열된 것처럼 말입니다. 큰 일교차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몸에 먼저 무리가 옵니다. 외부 온도가 낮으니 혈관이 수축되므로 혈액을 더 멀리 많이 보내기 위해서는 심장박동 횟수도 늘어야 하고 강도도 세져야 합니다. 결국 혈압도 당연히 올라갑니다. 목에 있는 최후의 경계병인 편도의 경우도 갑자기 차가워진 외부 공기에 기능이 저하되면 들이닥치는 세균들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이 됩니다. 후두에 염증을 유발합니다. 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차가운 공기를 덥혀주는 기능을 하는 콧구멍이, 몰아치는 외부 공기를 미처 따뜻하게 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콧물이 나오게 하여 공기 흐름을 저지시키기도 하지만 무리입니다. 재치기를 하여 바로 내보내기도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를 칭하여 감기라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콧물이 나거나 열이라도 살짝 나는 것 같으면 멘붕에 빠집니다. 코로나에 감염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감기는 곧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차기운 공기에 적응해야 하고 바이러스에 적응하여 면역력을 키워야 합니다. 적응의 동물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한겨울에도 반팔 셔츠만 입고도 지낼 수 있는 실내 난방으로 인하여 추위에 대한 적응력이 현격히 떨어졌습니다. 눈밭에 나가 구르고 차가운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신체의 기능도 맞춰 반응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춥다고 움츠리고 이불속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활발한 움직임으로 신체 내부의 온도를 올려 외부의 온도에 맞서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느라 실내에 꽁꽁 감금된 형국입니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 간의 대면을 최소화하라는 것입니다. 밖에 나간다는 것이 사람을 만나는 일과 동급으로 간주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요?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산속의 오솔길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내며 걸어간다면 코로나 19도 쫒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사는 세상에 사람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호젓한 산속 산사라도 찾아볼 일입니다. 다들 같은 심정이라 산사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을까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바로 코로나 19 형국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흰 눈을 지붕에 인 산사를 찾아 눈 오는 오솔길을 걸으며 뽀드득뽀드득 들리는 눈 밟히는 소리를 들어볼 일입니다. 마스크 너머 찬 기운이 코로 들어오는 알싸한 냉기를 느껴볼 일입니다. 코로나 19를, 그동안 사람들이 너무 좁은 공간에 몰려 살았기에 거리를 두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면 조금 편해지려나요? 잠시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둘 수 있는 한적한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아지트 같은 장소 말입니다.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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