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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20. 2021

아침형 인간의 원죄

하루 시작의 루틴은 몇 시에 시작하시나요. 저는 5시 반부터입니다. 아침형 인간인 모양입니다. 취침시간은 보통 저녁 11시 반에서 12시 사이이고요. 11시 반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잠을 청하기 위해 이불속으로 들어갑니다. 결국 취침시간은 5시간 반 정도 됩니다만 낮에 점심시간에 외부 약속이 없거나 하면 식사 후에 20-30분 정도 시에스타를 즐기는 편입니다. 결국 하루 6시간 정도는 자는 셈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쪽잠은 아주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오후 내내 맑은 정신으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잠들기 위해 고민해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속된 말로 저는 머리만 땅에 대면 잠을 잡니다. 수면 1단계로 접어드는 시간이 5분도 안됩니다. 다들 복 받은 유전자를 타고나서 좋겠다고 합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도 공부하느라 밤새 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밤새워 공부해본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요 모양 요 꼴인 듯합니다만 말입니다. 


그런데  잠 잘 들고 잘 자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인 줄은 요즘 가끔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끔 한가한 저녁에 늦은 영화를 한 편 볼라치면 12시를 넘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영화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워있어도 정신이 말똥말똥 살아있습니다. 잠을 자야지 자야지 하는데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오히려 정신은 맑아집니다. 한참 동안 영화의 환영 속을 헤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드는 타이밍을 놓쳐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밤새 뒤척이는 것은 아니지만 자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더 세어져 30분 넘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여야 겨우 잠을 잡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잠을 자도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눈을 뜹니다. 물론 휴대폰 속의 알람 작동으로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알람을 끄고 다시 자거나 하지는 못합니다. 직장생활 30년 넘는 세월 동안 몸에 베인 습관인 모양입니다. 회사 출근시간은 8시 반까지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유연근무제로 저는 7시 반부터 근무를 선택했지만 말입니다.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서소문까지는 전철을 한번 갈아타고 도어 투 도어 딱 40분 걸립니다. 출근시간에 맞추면 뭐 7시 반 정도 집에서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5시 반 기상하여 6시 20분 집을 나서는 이유는 아침시간의 사용 때문입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7시 정도입니다. 회사 관련 메일과 오늘 약속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면 보통 1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글로 그대를 만나게 됩니다.


아침을 조금 일찍 시작하면 시간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느낌입니다. 똑같은 하루를 살지만 깨어있는 시간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놓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을 여유롭게 합니다. 조금 늦게 일어나면 쫓기는 듯한 기분입니다. 마구 따라가야 할 것 같고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일찍 시작하면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생각을 차분히 할 수 있고 행동조차도 여유를 부릴 수 있습니다. 아침 날씨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은 하루의 규격을 정하는데 기준점이 됩니다. 아침시간을 가볍게 정하고 따라갈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몸과 정신을 심기일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일 전쟁터에 나가는 자세로 임할 것이며 돌다리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작동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루를 맞고 또다시 새롭게 전개될 무한대의 확률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것이 사는 것이고 살아내는 일상이 아닌가 합니다.


아침시간은 그렇게 인생의 하루를 시작하는 매일매일의 거울입니다. 아직 이불속에 있으신 분이 계신가요? 사실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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