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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25. 2021

마스크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코로나 19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마스크 때문입니다. 사람은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유일한 유인원입니다. 얼굴에 '털이 없는 원숭이'로 진화해온 것입니다. '털 없는 원숭이'의 전자 모리스 데즈먼드(Morris Desmond)가 통찰한 동물학적 인간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마스크로 인하여 의사소통에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음을 매일 체험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 전체에서 눈 주변만 보입니다. 얼굴 표정으로 표현해내는 다양한 감정을 전혀 읽어낼 수 조차 없고 보여줄 수 도 없습니다.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분명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인간은 행복, 슬픔, 두려움, 분노, 혐오, 놀라움 등의 6가지 감점을 21가지의 얼굴 표정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세밀하게 분포하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안면근육의 대표적 기능은 음식물을 씹는 저작운동과 얼굴 표정 제공입니다. 저작기능에 사용하는 안면근육은 간단해서 측두근을 포함 3개 정도만을 사용하면 되지만 표정을 짓기 위해서 특히, 웃을 때 사용하는 근육은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17개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화난 표정을 짓기 위해 사용하는 근육보다 훨씬 많은 안면 근육을 사용하기에 많이 웃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하면서부터 이 얼굴 표정을 전혀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털 없는 원숭이'에서 '털 있는 원숭이'로 회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굴 표정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도록 진화해왔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마스크가 얼굴을 덮고 있는 털의 역할을 합니다. 표정을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방을 경계하게 만듭니다. 당연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나를 공격할 것인지, 나를 포근히 안아줄 것인지, 어떤 상태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늘어가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데는 집콕을 하고 여행을 못 가고 하는데 제일 큰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표정을 읽지 못해 상대방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는데도 큰 원인 제공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 위해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렇게 진화해 왔습니다. 코로나 19로 모든 회의와 강의 등이 온라인 강의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면 대면 강의 때보다 더 피곤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이지만 통신 상황에 따라 버퍼링이 자주 발생하여 끊겼다 이어졌다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피로도가 예상외로 크다는 것입니다. 통신상의 버퍼링 문제로 인한 시간 차이지만 우리의 브레인은 나의 인식 작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겁니다. 좀 더 신경 써서 들으려고 하고 주의를 집중해서 화면을 바라보게 합니다. 오감을 모두 피곤하게 하는 현상입니다. 결국 강의실에서 마주하고 있으면 상대방의 표정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것을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의 착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글은 시간을 지배하지만 말은 공간을 지배합니다. 말은 현장에서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전달받고 전달해야 비교적 정확한 의사표현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음성만 녹음을 해서 전달하는 것과 영상으로 녹화해서 전달하는 것이 또 다른 감정 전달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봐도 자명합니다. 물론 음성만 들어도 음성의 높낮이와 장단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는 있습니다만 얼굴 표정을 볼 수 있는 영상 기능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얼굴 표정은 감정과 의사전달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놈의 코로나 형국을 빨리 벗어나 마스크도 한꺼번에 벗어던져야 하는데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이 자리를 잡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상대방의 표정을 보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의사소통과 감정의 전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몇몇 사람들의 고민이 아니고 인류 전체의 의사소통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CES 2021에서 첨단 기술들이 접목된 '스마트 마스크'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헤파필터를 적용하여 외부 공기를 걸러주고 호흡을 돕기 위한 소형 팬을 장착한 마스크가 소개되는가 하면, 전면부를 투명하게 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입이 보이게 하는 LED를 장착하여 입모양을 보여주는 마스크까지 공개되었습니다. 코로나를 물리치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지속될 것이라는 공감대에 재빨리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마스크 가격과 상용화가 보편화에 걸림돌이 될 듯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상대방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눈치챌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시 오길 바랍니다. 하찮은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의 진화가 거꾸로 역행하지 않기를 말입니다. 털 없는 원숭이의 다양한 표정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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