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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4. 2021

스트레스의 경계는 내가 만든다

오늘 아침 출근 전철 안이 북적북적합니다.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탔는데 유난히 사람이 많습니다. "앞서 오던 전철에 문제가 있어 늦어져서 그런가?" 서있는 사람도 빽빽이 송곳 꽂듯 서 있습니다. 아침 6시 반 전철안 모습 치고는 의외의 모습입니다. 환승역에서 밀려 내리면서까지도 이렇게 많은 승객의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환승역 계단을 밀려서 천천히 내려가면서 불현듯 빙판길을 걸어 전철역까지 온 기억이 오버랩됩니다. 지난밤 눈이 많이 내려 도로가 온통 빙판길이라 사람들이 전철로 출근하기 위해 몰린 것입니다. 눈 내린 빙판길과 전철의 인파를 왜 금방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왜 한참이 지난 뒤에야 두 현상의 연관성을 눈치챈 것일까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인지적 구두쇠 현상"을 이 아침에도 목도했습니다. 생각이란 놈은 이렇게 화두 하나 잡고 지속적으로 주변과 상황을 들여다보고 연결고리를 이어 보고해야 종합적 사고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각각의 사건으로만 기억되어 남아 있고 사건의 연관성을 잇지 못하면 개별의 현상으로만 남아있게 됩니다. 사건과 현상과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이어주느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됩니다. 사건을 연결시키는데 시간적 딜레이가 발생하면 오늘 아침의 전철 붐빔 현상을 빙판길과 연결 짓지 못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는 하루 생활중 대부분을 그냥 평소의 루틴대로 살아냅니다. 잠시 멈춰 서서, 잠시 눈을 감고 한 생각 들여다보지 않으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들여다보지 않아도 살아지기 때문입니다. 현상들을 연결시키지 않아도, 루틴대로 시간을 보내도 그냥 살 수 있고 회사가 사회가 국가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나의 루틴을 무의식 중에 무임승차시킵니다. 돌아가는 세상에 편히 승차해 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세상은 도니까요.


그래서 가벼운 스트레스는 필요악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침마다 매일 진행되는 팀별 회의가 예정되어 있으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회의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어떤 일들을 정리해서 전할 것인지, 오늘 어떤 업무들이 진행될 것인지 다시 한번 체크하게 됩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종합적으로 하루의 일과를 파악하게 되고 문제점이 예상되면 재 점검을 하게 됩니다. 잘 될 일들이 보이면 마음이 들뜨기도 합니다. 가벼운 긴장은 그래서 늘 새로운 창조의 원천도 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아이러니입니다. 사실은 적당함이 중요하지만 이 적당함의 경계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경계선의 인식 수준이 천차만별, 만인만색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경계선을 내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강도를 내가 조절할 수 도 있다는 역설입니다. 바로 '낙관적인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낙천적인 것과 혼동하면 안 됩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아예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잘못하면 허무주의자가 됩니다. 반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됩니다. 일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낙관적인 사람이 낙천적인 사람보다도 오래 산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결국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삶의 대부분을 결정하고 좌우합니다.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정말 살만한 것이 됩니다. 혹시 오늘 아침의 빙판길과 붐비는 전철 모습을 신경질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빙판길을 피해 전철로 출근시간을 맞추려는 셀러리맨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삶의 열정을 읽어낸다면 마스크 쓴 얼굴이 코앞에 서 있더라도 눈으로 웃음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긍정과 낙관의 관점으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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