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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0. 2021

코로나 '설', 치매환자 가족의 위로

내일이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네요. 코로나의 엄습으로 인해 가족끼리 모이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지도 못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세배를 드리는 풍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혈육의 연까지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참고 견디다 보면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보고 싶은 정을 미뤄 두기로 합니다. 애틋함이 절절히 흐르지만 먼산 바라보며 눈물을 삼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 모두 무사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특히 조금씩 치매 증상을 보이시는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들은 이번 설이 더 가슴으로 다가올 겁니다.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는 가정들도 그렇습니다. 지난해부터 방문 면회도 못해 얼굴을 못 봬 1년 가까이 생이별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몸이라도 성하셔서 거동을 하시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움직임도 수월치 않으셔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강상태로 요양병원에 계시면 정말 안타까움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거기다 치매 증상도 겹쳐 오는 경우가 태반이니 가족들은 무너져 내립니다. 자주 찾아뵙고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이 하고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이 코로나 현실이 얼마나 처절하게 내 곁에 있는지도 느끼게 됩니다. 


제 어머니도 20년 동안 집에서 모시다가 요양원에 가셔서 8년을 계시다 2년 전 겨울 돌아가셨습니다. 누구보다도 부모세대의 연로해 가는 시간을 지켜보고 치매 증상의 발전까지 생생히 들여다보았습니다. 2012년 어머니께서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던 날, 그 생생한 기억은 제 머릿속에 화살 박히듯 살아 있습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 그 당시 상황을 써 논 '어머니 치매 일기' https://blog.daum.net/jollylee/7708276?category=690479 가 있습니다. '혼돈의 날' '아픔의 날' '기억의 혼돈' 3일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브레인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어머니의 치매 증상 발현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점점 시간의 기억을 잃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왜 그런지에 대해 들여다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현대 과학도 아직 치매에 대한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매는 개념으로 이루어진 세계와 작별하는 것입니다. 자발적이고 의지적인 행동을 못하게 됨으로써 세상에 대한 의미를 잃어가는 현상입니다. 우리 브레인 시냅스의 10%만 줄어들어도 치매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인간은 자아와 환경이 계속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을 '살아있다'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개념입니다. 개념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치매환자는 움직임이 제약을 받습니다. 개념이 사라집니다. 세상은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치매환자는 이 개념의 세계와 작별을 하는 시간 속에 있는 것입니다. 환경과 상호작용을 못하니 개념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사물에 붙여진 개념의 이름을 하나둘씩 까먹게 되는 이유입니다. 결국 점점 개념이 사라지는 텅 빈 상태로 세상의 끝에 서게 됩니다.


현대의학은 치매의 진행시간을 늦출 수는 있어도 치매를 앓지 않거나 치료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는 아직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몇 개월도 안돼 해독하고 백신까지 만들어내면서 치매는 수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의료계 및 과학자, 생화학자 수천 명이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치료 약물이나 해결방법을 못 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브레인에는 뉴런이 1천억 개 정도 있는데 이 각각의 뉴런들이 시냅스를 형성하는 것이 1만 개 정도이니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1천조 개의 상황들이 엮여 화학적 발현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해도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막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치매 증상만을 완벽히 잡아내는 약물 개발이나 치료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이제 과학계에서는 현대의학이나 기술로 접근해온 치매 치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보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릴 때 식습관이 평생의 장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최근 실험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는데,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치매 및 뇌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알츠하이머 저널'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를 현대 의학은 이제 증명해 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팔팔하게 살다가 일주일 아프고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부분 어르신들의 소망일 겁니다. 그러나 어디 그렇습니까? 세상사 아무도 모르고, 가는 순서는 특히나 귀신도 모릅니다. 최대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됩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코로나로 찾아뵙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영상통화로나마 "잘 드시고 잠도 잘 주무시라"라고 안부를 여쭙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실 수 있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찾아뵐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모두들 행복한 설 명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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