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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19. 2021

줄임말 전성시대, 세대 단절 오는가?

오늘 아침 신문을 펼쳐 드는데 1면 머리기사보다 그 아래에 있는 기사가 더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학생들의 문해력(文解力)에 관한 기획기사입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경우 70% 정도가 자기 학년의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에 관한 기사입니다. 다소 충격적입니다. "에이 조사가 엉터리거나 조사 방법이 잘못된 것 아니야?"라고 위안을 삼고 싶지만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면 일견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기사에서 사례로 든 것 중에 "문상"을 '문화상품권'의 줄임말로 이해하고 있으며 "도장공 모집"공고를 읽은 고등학생이 "태권도 잘해야 해요?"라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이없어해야 할까요? 우리의 학교 교육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고 봅니다.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우리 교육으로는 이 사회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킬 뿐입니다. 아이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휘를 구성하는 많은 단어들이 한자 표현의 한글식 표기인데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현 교육 시스템 말입니다. 한자 공부를 시키지 않는 교육 시스템은 결국 우리 사회 언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휘력에 문제를 가져오고 대화의 이해 차이를 가져와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또래집단에서 통용되는 은어나 용어의 확산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한 세대에 유행하는 단어를 다른 세대가 이해 못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문장 및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상대방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데 이해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고 하는 것은 언어를 통한 사회관계가 작동하는데 오류를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이런 문해력 정도를 고민하는 사태까지 왔을까요? 어휘력이 풍부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나 문장을 말하고 쓸 수 있어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학교 교육이 손 놓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어휘력에 관한 문제라고 봅니다. 요즘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이  있는 집이 있을까요? "네이버나 다음 포탈의 사전 기능을 보면 되는데 뭐 굳이 종이 사전이 필요해?"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책상 위에 있는 사전의 의미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국어사전은 말입니다.


영어의 경우, 문장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스마트폰 단어 검색을 하던 찾아봅니다. 무슨 뜻을 가진 단어인지 말입니다. 단어의 뜻을 알아야 문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다가 모르는 한글 단어가 나오면 한글 사전을 뒤적여 뜻을 찾아보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되돌아보건대 한글 문장이 이해가 안 되어 사전을 뒤져 단어를 찾아본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정말 어려운 한자 단어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바로 자기가 알고 있거나 지레짐작으로 넘겨짚는 단어의 뜻으로 치환하여 해석해 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바로 '문상'을 '문화상품권'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문상'이라는 단어가 쓰인 문장의 앞뒤 정황을 살펴야 어떤 뜻의 단어로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제는 사전을 뒤적인다는 것이 간혹 단어의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검색해 보는 정도가 한글 사전을 보는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나마도 연령대가 50대 이상은 되는 사람들의 경우일 겁니다. 영어사전이든 국어사전을 책상 위에 놓고 보던 세대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어휘력이 더 풍부할 것이라는 가정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그나마 사전을 들출 수밖에 없었던 과거 교육 과정을 거쳐온 노땅 및 꼰대들의 어휘 이해력이 더 좋을 것이란 가정은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이 저하되고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스마트폰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웬 핑계?"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스마트폰으로 빨리빨리 문자 텍스트를 보내야 하는 세대들에게 긴 문장을 써서 전송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일 뿐입니다. 어떻게든 짧게 보내지만 서로 뜻이 통하고 이해가 되는 쪽으로 발달합니다. 바로 줄임말입니다. 지금은 줄임말의 전성시대입니다.


사실, 의미의 줄임말로는 한자만한 도구가 없습니다. 한자 한 글자에 뜻과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라 뜻과 의미를 한 글자로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뜻이 함축되는 용어로써 한글 표현이 어려운 것입니다. 학술적 전문용어에 적절한 한글이 적용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라고 봅니다. 다소 긴 한글 문장을 머리글자만 따서 짧게 쓰는 줄임말이 성행할 수 밖에 없는 언어적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구조적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합니다. 서로 어떤 뜻으로 어떤 의미로 표현하고 쓰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행동은 보면 알고 눈치챌 수 있지만 말과 글은 그 뜻과 의미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선행되어야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같아야 합니다.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으면 해석이 달라집니다. 우리 사회가 분열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바로 이 문해력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같은 단어와 문장을 다른 뜻과 의미로 해석하지는 않도록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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