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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3. 2021

아날로그 생각에서 디지털 생각으로의 전환

밖은 많이 흐립니다. 약한 비 소식도 있습니다. 하늘은 잿빛 구름에 싸여 있습니다. 아침 분위기가 하루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가짐도 움직입니다. 맑으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오늘처럼 칙칙한 아침이면 덩달아 기분도 다운됩니다.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아니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의 일부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들여다봐야 합니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관심이고 집중입니다. 맑고 푸르렀던 어제의 하늘은 태양빛인 광자의 파장으로 인한 현상입니다. 인문학적으로 보면 전혀 보이지 않던 '세계의 구조'가 자연과학으로 보면 보입니다.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사무실 바닥을 내려다봅니다. 화강암 판석을 깔아 놓았습니다. 인문학적인 단어인 화강암으로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유추해 낼 수 없습니다. 그나마 사전을 찾고 들여다봐야 화강암(花崗巖 granite ; 꽃이 핀 언덕 같은 돌)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뜻을 알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화강암은 석영 운모 장석으로 이루어진 심성암이라는 자연과학적 접근을 하면 달리 보입니다. 석영은 모래입니다. 


우리는 너무 인문학적 단어에 매몰되어 자연을 제대로 바라보는 관점을 잃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반 용어가 과학적 접근을 막는 족쇄였던 것입니다. 발밑에 밟히는 흙 한 줌, 모래 한 알이 다시 다가와야 합니다. 자연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문학적 사고가 더해져야 제대로 된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펼쳐낼 수 있습니다.

동양적 관념론 사고는 아날로그적 해석입니다. 자연은 디지털인데 디지털의 평균값으로 아날로그화했던 것입니다. 애매하고 끝이 없고 재현할 수 없는 세계를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동양적 사고는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데 일조한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지구 표층사에서의 인간적 복닥거림에서는 기능을 할 수 있으나 우주를 탐사하고 생명의 근원을 찾아들어가는 데는 한치도 다가설 수 없었던 것입니다.


창밖의 '서있는 암석'인 가로수와 '걸어 다니는 암석'인 인간을 분자식으로 들여다보면 똑같다는 것을 알면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 사무실까지 출근하느라고 타고 온 전철이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를 들여다보면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워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교환한 것입니다. 이 석탄은 땅속 깊이 매장되어 있는 암석입니다. 이 암석은 석탄기 때 번성한 양치식물이 쌓여서 된 것입니다. 바로 양치식물의 줄기를 구성한 것은 셀룰로오스입니다. 셀룰로오스는 포도당(C6H12O6)입니다. 우리 인간이 매일 음식을 섭취하고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는 바로 그 포도당입니다. 탄소 수소 산소의 조합이었던 것입니다.


무엇을 더 이차원적으로 사고해야 할까요? 이차원적인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생명은 그저 '부드러운 암석'에 지나지 않았음을 눈치채고 나면 창밖의 가로수의 초록잎이 얼마나 소중한지, 흔들리는 초록빛이 얼마나 화창한지, 저 짙은 구름에 반사되어 되돌아간 태양빛의 명징함이 얼마나 에너제틱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저 그 자연의 현상 속에 같이 공생하고 공진화하는 한 조각 자연의 퍼즐일 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있어야 하고 필요한 퍼즐 조각이 아닐 수 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연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도 반드시 필요 없는 것도 없습니다. 없으면 없는데로 있으면 있는데로 버무리고 빚어내는 것이 자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연과학적 디지털 사고로 알고 깨닫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이 이해가 됩니다.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보이는 글자들의 움직임조차 생명운동의 변환으로 이해가 됩니다. 아침날씨 분위기에 일희일비하는 군상들의 발걸음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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