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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8. 2021

나이 들수록 박물관을 가보라

제가 존경하는 언론인이자 과학칼럼니스트이신 주간조선 최준석 선임기자께서 최근 모 경제신문에 '중년, 다시 과학관을 찾을때'(https://blog.naver.com/choi_joonsuk/222301369684)라는 칼럼을 쓰셨는데 오늘 아침 전철에서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와 유튜브도 구독 중이어서 웬만하면 놓치지 않고 쓰신 글들을 읽어보는데 무슨 일인지 빼먹고 지나쳤던 글입니다. 최준석 선임기자님은 제가 아는 언론인중에 가장 많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십니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 책을 섭렵하시는데 천착하고 계시는터라 잡지에 매주 글을 쓰시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지만 이미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라는 저서도 내셨습니다. 인문학을 자연과학의 시선으로 해석하시는 대단한 분이시죠. 제가 아침 글을 쓰는데 멘토 같으신 분입니다.


이 분이 이달 초 서대문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들렀던 이야기가 위 경제신문 칼럼 내용입니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이 '엄마'였고 그다음으로 많이 들렸던 말이 '아빠'였답니다. 그래서 과연 어른들은 얼마나 많이 이 자연사박물관을 찾는지 궁금해지셨답니다. 아이와 동반한 어른을 빼고는 20대 중반 여성 딱 2명뿐이었답니다.


어른들은 자연사박물관을 떠나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물론 코로나 19 시국에 사전에 예약도 해야하는 불편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박물관을 떠난 어른들의 발길은 어디로 향해갔을까요? 이 글의 칼럼 속에서 "자연사 박물관은 어릴 때 가는 곳이지 일정한 나이가 넘으면 발을 끊는 곳이라고 우리 머릿속에는 입력이 되어 있다. 아이가 10대 중반이 되면 자연사박물관이나 과학관을 졸업하고 문화 예술 전시장과 공연장이 새로운 관심의 공간이 된다.(중략) 감수성이 예민하고 빠른 사람일수록 과학관을 일찍 졸업한다. 그렇지 않으면 덜 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라고 문화적 해석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른도 다시 자연사박물관을 찾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파를 하십니다. 나이 들어 다시 찾은 자연사박물관은 전시물들이 다른 차원으로 눈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자연사박물관은 뜬 구름 잡는 공허가 난무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자연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로 가득 찬 곳이며 과학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에 근거해서 수집된 증거들이 전시된 진실의 공간입니다. 학교 졸업한 지 오래된 사람들은 과학적 사고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자연사박물관을 찾으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하고 계십니다.

저도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아 눈을 돌린 지가 8년 세월이긴 합니다. 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도 5년 전인가 혼자 찾아가 반나절을 소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비하면 전시물 규모가 초라할지 모르지만 나름 지구와 생명과 인간의 증거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자연사박물관 하면 먼저 공룡 화석 전시를 떠올립니다. 뭐 자연사박물관에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를 지배하던 공룡 화석이 없으면 서운할지도 모릅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도 중앙홀에 1억 년 전 백악기에 살았던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뼈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박물관과 전시관이 그렇지만 방문할 때는 반드시 도슨트의 해설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알아야 보인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알아야 전시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시물 앞에 쓰여 있는 설명문 정도만으로는 그 깊이를 알기에 부족합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야 공룡의 숨소리가 들려오고 지구 내핵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그래야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대충이라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이 들어 자연사박물관을 다시 찾으라는 조언은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충고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철학관을 찾을 것이 아니고 자연사박물관을 찾을 일입니다. 인간의 위치와 존재가 어떠한지를 알고 나면 뜬구름 잡는 사주팔자와 음이온과 기가 얼마나 황당하고 사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금방 눈치채게 됩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는 전적으로 본인이 찾고 느껴야 합니다. 공룡 뒷다리 뼈대만 보고 "음 크군. 굵군"정도만 본다면 자연사박물관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46억 년 지구 표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명의 현상을 회상해볼 수 있으면 학생 때 잠시 들리는 그런 곳이 아니고 인생공부를 다시 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자연사박물관이 변모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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