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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25. 2021

애걔걔, 51세에 최고령?

어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에서 벌어진 PGA 대회에서 필 미켈슨이 우승했습니다. 언론보도의 제목들이 대부분 "최고령 PGA 우승"에 맞춰져 있습니다. 최고령? 몇 살이기에?


필 미켈슨은 1970년 6월생으로 다음 달, 51세 생일을 맞이한답니다. 어제는 만으로 50세 11개월째였습니다. 애걔걔!! 겨우 51살에 최고령의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겨우 51살에. 적어도 70세는 넘겨야 최고령 타이틀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말입니다. 저의 기준에서는 그렇습니다. 제가 필 미켈슨보다는 나이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51살의 미켈슨에게 최고령 운운하니 "그럼 나는 뭐야? 51살이 최고령이면 나는 할아버지라는 거야? 퇴물이야?" 자괴감마저 듭니다.  세상의 뒤편에서 조용히 세상의 끝을 기다리는 그런 세대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사실 스포츠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이 최고령의 한계는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해당 종목별로 우승한 과거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으면 '최고령' 우승자의 타이틀이 붙습니다. 운동량이 많은 구기종목이나 격투기 종목에서는 40~50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종목에서는 30대만 되어도 은퇴를 해야 합니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는 20대 중반만 되어도 은퇴를 합니다. 우리의 영웅 김연아 선수도 24살에 은퇴를 했습니다.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경기에는 바로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체력적으로 해당 운동 종목에서 우수한 기량을 계속 유지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나이를 넘어 젊은이와 경쟁하는 열혈 중년의 성공담은 항상 회자되고 있는 것입니다. 힘든 조건을 이겨내고 정상의 자리에 우뚝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골프는 신체조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력이 겸비된 정교한 샷 감각의 집중력도 필요한 운동입니다. "드라이버는 쇼지만 퍼터는 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힘 좋아 비거리 많이 나가봐야 퍼터와 같은 한 타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기 중 어느 샷 하나하나 안 중요한 샷이 없지만 체력이 달려 멀리 못 나가는 비거리의 단점을 숏게임 능력이나 퍼팅 능력으로 만회할 수 있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실수의 확률을 줄이는 게임입니다. 4차원 공간에서 점(공)과 점(홀)을 최단거리로 잇는 게임입니다. 공과 홀 사이가 평면이 되고 공간이 되면 기울기가 보이고 해저드가 보이고 벙커가 보이게 됩니다. 그 평면과 공간의 허상을 이겨내는 멘털이 골프에서는 도를 닦는 일과 같습니다. 공이 있는 한 점과 홀이 있는 한 점만 보면 나머지 장애물들은 모두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이 허상의 허깨비인 '라이가 안 좋아!' '바람이 부네' '그린이 너무 딱딱해' '티박스에 매트를 깔아놨네' 등등 온갖 핑계로 스멀스멀 핸디를 뚫고 올라옵니다. 골프가 잘 되는 이유는 '내가 잘 쳐서'라는 단 하나로 귀결되지만 골프가 안 되는 이유에 1천만 가지 사유가 붙는 이유입니다.


필 미켈슨은 이 천만 가지 골프가 안 되는 사유를 다이어트와 명상과 마라톤 골프를 함으로써 극복을 해냈답니다. 하루 평균 36홀에서 45홀씩 돌면서 체력훈련을 하고 요가와 명상으로 집중력을 높이고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 동시에 주 4회 75분씩 코어 트레이닝 중심으로 고강도 운동을 병행했답니다. 결국 '갈고닦는 자'에게 당할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 골퍼들은 한 달에 한두 번 필드에 나갈까 말까 하면서 연습장에도 거의 가지 않습니다. 필드가 곧 연습장인데 어떻게 스코어 카드에 좋은 숫자가 적힐 수 있겠습니까? 멀리건 없고 오케이 없으면 대부분 백돌이임을 자백해야 할 겁니다. 필 미켈슨이 51살에 최고령 소리를 들으며 우승을 한 것은 그래서 박수를 받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필 미켈슨에 자극받아  근력운동도 하고 연습장에도 자주 가서 기초 체력을 다져야겠습니다. 나이 들어 허리가 안 돈다는 핑계, 나이 들어 집중이 안돼 공이 잘 안 보인다는 핑계, 나이 들어 걷기도 힘들다는 핑계를 한다는 것은 연습과 훈련을 안 하고 있다는 표현일 겁니다. "골프는 비탈길에 세워놓은 자동차와 같다"라고 합니다. 제 자리를 유지하려고만 해도 지속적으로 엑셀레이터를 밞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코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엑셀레이터를 세게 밟아야 가능합니다. 연습하고 다듬어야 한다는 겁니다. '나는 그저 초록 잔디를 밟는 것만으로도 필드에 가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잘 조경된 골프장 풍광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거면 그냥 등산을 다니시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돈 버려, 시간 버려, 공이 잘 안 맞으면 신경질 나, 일찍 나오느라 잠도 못 자, 집에 돌아올 땐 차도 막혀 뭐 하나 좋은 점 찾기가 힘든 것이 골프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운동이 골프일 텐데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유일한 운동이 골프입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운동으로 만들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것이 골프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쉽고 편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코어 카드에 동그라미와 짝대기만 많이 보여도 성공한 아마추어입니다. 단단한 체력과 잔잔한 평정심으로 골프를 대하면 필 미켈슨 부럽지 않은 노익장을 보일 수 있는 것이 또한 골프입니다. 주말에 필드는 못 가더라도 연습장에는 가보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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