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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01. 2021

'창의성'은 손가락 끝에서 나온다

인간의 창의성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 이웃 행성인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더 멀리 태양계 밖에 까지 보이저호를 내보냈습니다. 지구에서 생존했다 사라진 수많은 생명 종들이 있었지만 인간만큼 생물학적 기능을 뛰어넘은 종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인간에게는 이런 창의적 행위들이 가능할까요?


지구 상에서 생물학적으로 보면 최종 승자는 '새'입니다. 중력을 이겨내고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새는 지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지구 환경에 철저히 구속되고 종속되는 가운데 '난다'는 기능을 최적화시켰습니다. 어떻게? 날개뼈의 구조를 나는데 특수화시켰습니다. 그럼 인간은? 앞다리뼈를 특수화시켰습니다. 바로 팔과 손입니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앞다리뼈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문자를 만들어 창의성이 발현되었습니다. 설골(Hyoid bone)을 발달시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창의성을 폭발적으로 늘렸습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손의 창의성과 언어의 상상력이 인간을 우주로 내보낸 장본인입니다. 지구의 어떤 생물 종도 벗어날 수 없는 중력의 끌림을 떨쳐 이겨낸 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인지라 순간순간 중력을 이길 수는 있어도 한치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뒤집고 앉고 기고 걷고 뛰다가 다시 지팡이 짚고 걷고 휠체어 타고 앉아 있다가 침대에 눕게 됩니다. 그리고 일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인간의 일생입니다. 중력과의 싸움입니다. '죽는다'는 것은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입니다. 바로 중력을 이기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꼭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인 중력장 방정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인간의 일생은 중력과의 투쟁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중력 현상을 방정식으로 증명해냈고 4차원 우주로까지 확대했기에 위대한 것입니다.


중력을 이기는 방법, 바로 뼈입니다.  지구 상 생물 종의 다양성은 바로 구조의 다양성과 같은 말입니다. 생명 구조의 틀이 바로 뼈입니다. 인간은 206개의 뼈로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입니다. 이중 팔다리 뼈를 구성하고 있는 부 속지 뼈가 126개입니다. 좌우 대칭이니 한쪽에 63개, 팔 하나에 32개의 뼈가 있습니다. 여기에 손가락 뼈가 14개씩 있습니다. 바로 이 한 손에 있는 손가락뼈 14개, 양손의 28개 뼈가 문자를 만들고 우주선을 만들고 결국 중력을 이기게 했습니다. 

지금 자판을 움직이는 손가락을 다시 내려다봅니다. 자판의 배열을 쳐다보지도 않고 찾아가는 손가락 마디마디의 14개 뼈와 문장을 이어가는 상상력과 문맥을 만들어내는 언어의 문자화의 놀라운 현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놀람과 경이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상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만 알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사물을 보고 세상을 보는 시선은 이만큼 중요합니다.


다시 자판 위의 손가락을 내려다봅니다. 가지런히 놓여 키보드의 초성과 중성과 종성을 찾아가면서 문자를 만들어 냅니다. 손가락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자판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 글자를 만들어 냅니다. 바로 손가락뼈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도가 창의성을 만들어 냅니다. 창의성의 발원지가 바로 골격구조였던 것입니다.


손가락뼈의 기능과 창의성과의 상관관계를 단번에 눈치챌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손끝을 바늘로 찔려보면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상처를 보호하느라 손끝에 밴디지를 붙여놓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말입니다. 세수하는데도 걸리적거립니다. 숟가락 젓가락 드는데도 지장을 줍니다. 옷 입을 때도, 신발을 신을 때도, 자판을 칠 때 등등 모든 행동의 발로가 바로 손가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손가락 뼈에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합니다. 


세상 만물이 눈을 통해 보이고 인식되는 것 같지만 그 인식된 세상을 표현하여 내화시키는 것은 손가락의 기능입니다. 행동을 표현하고 만드는 것이 손가락이기 때문입니다. 악수를 하고 화해를 할 수 도 있고 무기를 들고 싸울 수 도 있습니다. 손가락의 기능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창의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도구로써 손가락은 최종 행위자가 될 테니 말입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되 긍정과 밝음의 방향으로 쓰임새가 진행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자판 위의 양손 28개 손가락 뼈 하나하나에 감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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