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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09. 2021

1시간 먼저 시작하면 생기는 여유

출근길 집을 나설 때 밝은 햇살을 마주하면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집을 나서는 시간은 일정합니다. 변화가 있어봐야 5-10분 상간입니다. 제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아침 6시 15분 정도입니다. 전철역까지 걸어가는 시간 7분여 정도. 그러면 6시 반 플랫폼에 도착하는 전철을 다소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전철에 올라 한번 갈아타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7시 정도 됩니다. 그렇게 일과가 시작됩니다.


오늘 아침도 전철역을 향해 걷다가 무심코 동녘에 이미 올라와 있는 태양을 건너다봅니다. 해의 위치가 많이 변해 있음을 알아챕니다. 매일 보기에 그 변화를 눈치채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느 날 불현듯 바라보면 위치가 변해있음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매일 걷는 길이니 바라보는 태양의 위치에 기준점이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와 그 앞에 높이 지어진 건물 사이에서 해의 위치가 점점 오른쪽(남동쪽)에서 왼쪽(북동쪽)으로 이동해 갑니다. 해가 일찍 뜨면 뜰수록 위치는 점점 왼쪽으로 이동해서 뜹니다. 태양의 황도가 90도가 되는 '하지'날까지 계속 태양이 뜨는 위치는 산등성이 왼쪽을 타고 이동을 할 겁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5억 년 전 지구 생성 초기 달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운석 충돌로 인해 자전축이 기울어졌을 것이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지지 않고 똑바로 90도로 지구가 돌았다면 계절의 변화도 없고 낮과 밤의 길이도 1년 내내 똑같은 나날이 됩니다.


아무튼 올해 하지일은 2주일 정도 남았네요. 6월 21일 월요일입니다. '하지'는 낮이 가장 길어 낮시간이 14시간 35분이나 됩니다. 북유럽에는 백야 현상이 나타납니다. 시간상 밤인데도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길어진 낮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이라는 서머타임(summer time)을 실시하는 나라들이 제법 많습니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과 미국, 호주 등이 서머타임을 시행하고 있는데, 1996년부터 서머타임을 실시하던 유럽연합이 올해까지만 실시하고 내년부터 폐지를 결의한 바 있어 유럽에서의 서머타임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나라마다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시기들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유럽의 경우 3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시작하여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입니다. 항공사들도 1년에 두 번 조정하는 항공기 운항 스케줄을 이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시기에 맞추기도 합니다. 


서머타임이 적용되고 종료하는 날에는 약간의 혼선이 있어 긴장을 하게 합니다. 저도 2009년 체코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시기가 서머타임이 종료되는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과 겹쳐 있어 시간을 맞추느라 초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 시간이 서머타임 해제에 맞춰 바꿔져 있는 것인지 불안했고 프라하에서 브뤼셀로 이동할 때 버스를 예약했는데 이 시간도 1시간 조정된 것인지 불안 불안했습니다. 시간을 1시간 잘못 계산해서 전체 여행 스케줄에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래 88 서울 올림픽 할 때 잠깐 2년 동안 서머타임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올림픽을 전 세계에 TV 중계하는데 그나마 시차를 줄이기 위해 시행했다고 합니다. 


에너지 절약과 생활 리듬 불안 등의 여러 장단점 논란이 있습니다만 서머타임제 실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침형 인간이라 낮시간을 1시간 당겨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열렬히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한꺼번에 시간을 조정하는 문제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에서 실시하는 탄력근무제가 아주 적절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본인이 선택해 일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유연근무제라고도 하는 선택적 근무시간제(flextime)는 9 to 5로 꽉 짜인 정해진 근무시간에 정형화된 기존의 근무제도를 벗어나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에 맞게 다양한 근무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저도 7시 반부터 4시 반까지 근무하는 시간대를 선택하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7시 정도라 따로 근무시간에 맞추느라 일찍 일어나거나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최적화된 근무시간 패턴입니다. 4시 반 퇴근하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로 저녁 10시까지밖에 술집들이 영업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5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마치 낮술 먹는 기분입니다. 한잔 마시고 일어서서 나가도 벌건 대낮입니다. 약속이 없으면 조깅 및 운동을 할 시간적 여유도 있습니다. "1시간 당겨짐이 하루를 번 느낌"입니다. 1시간의 물리적 여유가 심리적 하루의 여유를 번 것입니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 각자의 효용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사용해야겠습니다. 어떻게 시간을 활용했느냐가 먼 훗날 어느 날 자기의 위치를 정한 그 시간이 되었음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일 겁니다. 에구 벌써 해가 중천을 향해 다름질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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