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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10. 2021

제발 기본을 지켜 주세요

사고가 나고, 피해자가 아닌 3자는 그저 안타까워하고, 이런 후진적 사고가 재발하고 있음에 분노하고, 그렇게 며칠 지나면 잊히고, 한 달도 안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내다, 간혹 언론에 보상금 문제가 합의되지 않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아직도 해결 안 되고 있어 쯧쯧 정도 혀를 차는 날이 되면 또 어느 날 똑같은 사고가 나고 ---


이게 사람 사는 사회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반복되어 일어나는데도 우리는 그저 반짝 흥분하고 마는 것일까? 사고가 날 때마다 "예고된 인재라고, 재하청의 재하청이 벌어지는 하도급 현장을 법을 고쳐서 막아야 한다"라고 말들만 무성하다.


안타까움만 차곡차곡 쌓인다. 불시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만 억울한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이 비참한 결과를 그저 "운이 없었다"라고 "하필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을게 뭐람"이라고 뭉뚱그려 폄하하지 말자. 그 불운의 시간과 불운의 현장이 나의 뒷덜미를 잡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발 기본을 지키는 사회가 되도록 해보자. 사고 날 때마다 원인을 규명한다고, 사고 유발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냄비 물 끓듯 요란을 떨어봐야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영원히 그 불운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불운의 사고"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할 것이다. 사고라는 것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기에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가 아무리 선진화되고 고도화되어도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왜? 사고니까. 예고 없이 벌어지는 사건이니까 그렇다. 하지만 그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확률을 최대한 줄일 수는 있다. 바로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기본을 잘 지켜 사고를 최소화하는 사회" 그것이 선진 사회 아닌가. 기본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조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지켜야할 최소한의 마지노선 말이다.

어제 광주에서 재개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지나던 버스를 덮친 사고를 보면, 철거작업을 할 때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안전수칙을 간과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도 우리나라 정도의 수준이면 공사 현장에 안전에 대한 규정과 규칙이 없을 리 없다. 구체적으로 건물을 철거할 때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의 기간 안에 안전을 확보하면서 작업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매뉴얼을 만들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 지켜지고 사고로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기본이 안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이 안 지켜지는 이유는 방심이다. "그럴 리가 있겠어, 지난번에도 아무 일 없었는데" "뭐 그 정도 가지고, 빨리빨리 하면 되지, 쉬어야 하는데" "매뉴얼 그딴 거 필요 없어. 우리가 돈이 없지 감이 없냐? 그냥 지난번처럼 하면 돼" 바로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무사히 지나왔던 과거가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사고 위험을 피해왔는지 아닌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사고가 나고 안 나고는 정말 백지 한 장, 간발의 차이로 지나오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과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고가 안 나면 아무 일도 없지만 사고가 나면 규정을 지켰네 안 지켰네 따지고 들게 된다.


또한 회피 본능도 한몫한다. 피하고 싶은 일, 피하고 싶은 상황은 애써 무시하는 것이다. "나에게 그런 불운한 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어. 나는 잘하고 있잖아! 신호등 빨간불일 때는 차가 없어도 절대 안 건너가"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불운은 불시에 찾아오기에 불운이다. 아무도 모른다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내 옆에 와있을지 말이다. 우리는 그저 그 불운과 마주치지 않을 확률을 높이는 일 밖에 할 수가 없다. 어떻게?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운이라는 녀석은 양면적이다.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행운이고 당하면 불운이다. 결과가 상황을 만들어 낸다. 불운이 될 것인지 행운이 될 것인지는 오직 기본을 잘 지켜 불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길 밖에 없다.  그 기본이 사회 전체의 합일로 잘 지켜질 때 우리는 안심할 수 있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맡은 소임에 충실하고 기본을 지켜나갈 때 우리는 어이없는 사고와 작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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